국민성장펀드 투자 받은 리벨리온·퓨리오사AI...힘 실리는 코스닥行
입력 2026.06.11 07:00

리벨리온·퓨리오사AI, 국민성장펀드 투자 후 IPO 시장 선택 고심
회사·투자자는 코스피 선호…기업가치·수급·지수 편입 기대
적자 지속에 유가증권시장 문턱 부담…코스닥행 가능성 부상
당국·거래소는 코스닥행 기류…벤처 육성·지수 활성화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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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받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기업공개(IPO) 상장 시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두 회사와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선호하지만, 거래소와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코스닥 상장이 적절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책자금이 투입된 성장기업들의 상장 행선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문제와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이르면 연내, 퓨리오사AI는 내년께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 모두 코스피와 코스닥을 두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리벨리온은 올해 3월 프리IPO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총 6400억원을 유치했다.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로 선정돼 2500억원을 확보했고, 산업은행과 민간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약 3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리벨리온은 최근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일정을 기존 3분기에서 연내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반기보고서를 마감하는 8월께 예심을 청구하고 연내 상장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다만 국민성장펀드를 포함한 상장 전 투자 유치 과정이 이어지면서 예심 청구 일정이 밀렸고, 증시 입성 시점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리벨리온은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일반 상장 트랙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 상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리벨리온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관련 사항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 상장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코스닥보다 코스피가 기업가치와 기관투자자 수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벨리온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닥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이 있고 시장 상징성도 있다 보니 해외 투자자들이 코스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도 상장 시장을 두고 고심이 깊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난달 퓨리오사AI에 약 80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결정했다. 기업가치는 약 3조원대로 파악된다. 퓨리오사AI는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보다 추가 펀딩과 매출 확대에 주력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업스테이지와 리벨리온 등 선행 AI 기업들의 상장 결과를 지켜본 뒤 IPO를 본격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퓨리오사AI는 나스닥과 국내 상장을 두고 고민해왔지만, 현재는 국내 증시 입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나스닥 상장을 검토했던 배경에는 코스닥 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는 현재 국내 상장 가능성이 더 높다"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애초 나스닥을 고민했던 이유가 코스닥 시장의 부진 때문이니 코스닥이 살아나는 모습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거래소와 당국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 투자 기업들이 코스피 상장을 선호하더라도 실제 상장시장 선택 과정에서는 코스닥행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장기간 부진한 상황에서 AI 반도체와 같은 성장기업을 코스닥에 유치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아직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 상장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0억원에 영업손실 1205억원을, 퓨리오사AI는 매출 57억4000만원에 영업손실 62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차세대 칩 양산을 앞두고 연구개발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 역시 적자 기업의 코스피 입성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유니콘 특례상장의 경우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적자 기업의 코스피 상장이 이전보다 쉽지 않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상장사 관계자는 "예상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어 당연히 유가를 먼저 고려했지만, 거래소 측에서 이제는 예상 시총 1조원으로는 코스피 입성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반려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투자 기업들의 상장시장 선택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IPO 전략을 넘어 정책자금 회수와 벤처시장 활성화 문제로 연결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이 코스피나 해외 증시를 택할 경우 코스닥의 성장기업 유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코스닥 입성이 실현되면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와 투자자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책자금이 투입된 성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코스닥 활성화와 벤처 생태계 육성이라는 정책적 판단도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