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창사 첫 파업…성과급 갈등 플랫폼 업계로 번지나
입력 2026.06.11 14:40

성과급·RSU를 둘러싼 노사 갈등 격화
카카오 창사 첫 파업에 업계도 '긴장'
플랫폼 업계 보상 체계 논의 확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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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다. 성과급과 주식보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결국 쟁의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에서 파업이 현실화하면서 인공지능(AI) 전환기를 맞은 IT 업계의 보상 체계와 노사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플랫폼 기업들의 보상 체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했다. 이들 법인은 임금·단체협상 결렬 이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체계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500만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방적인 성과급 지급 기준 통보, 경영진과 직원 간 보상 격차 확대, 초과근로, 반복된 교섭대표 교체 등에 대한 불만도 누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들의 고용 안정 문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노조는 일부 카카오 공동체 법인의 사업 재편과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이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체제의 쇄신 과제와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 퇴사 등 리더십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갈등이 단순 임금 교섭을 넘어 조직 신뢰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전 CPO는 지난해 카카오톡 전면 개편을 포함해 카카오의 프로덕트 조직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에 해당하는 약 1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RSU는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경영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노조 요구안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카카오는 AI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과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카카오 내부의 임금 협상을 넘어 플랫폼 업계 전반의 노사 관계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성과급과 주식보상은 IT·플랫폼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카카오 노사의 협상 결과가 다른 기업들의 보상 체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기업별 실적과 보상 구조가 크게 다른 데다 최근 경기 둔화와 AI 투자 확대 등 경영 환경 변화도 맞물려 있어 제조업처럼 업계 전반으로 집단행동이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 이후 노사 갈등 문제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긴 했지만, 당시에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래서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보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여러 산업에서 잇따라 표면화되고 있고, 특히 플랫폼 대표 기업인 카카오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업종에 대한 시장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네이버는 엔비디아 협력 이슈로 주목을 받았지만, 카카오는 사실상 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진 상태”라며 “사업적으로도 AI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데 노사 문제까지 불거지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노사갈등은)정신아 대표이사 취임 초기에 M&A나 구조조정 등 조직 개편을 강하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치는 등 경영진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AI 사업을 추진하겠다고는 하지만 전략이 불투명하다 보니 보상 체계와 경영 방향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노사 갈등은 새로운 세대의 노사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과거처럼 회사와의 장기적 연대 의식보다는 현재 자신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얼마나 받느냐를 중시하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AI 확산이 시장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부담을 떠안고 있는 반면, 임직원들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재의 보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결국 성장 투자와 성과 보상 사이의 긴장이 노사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한 노동이슈 전문가는 “성과급 이슈는 주로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 기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관련 기업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카카오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전반적인 노동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진 상황에서 성과급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어느 직장에나 비슷하게 존재한다”며 “각 기업마다 요구 규모는 다르지만, 파장과 양상만 다를 뿐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