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테마주 상장하네'…IPO 업종 편중에 커지는 거래소의 딜레마
입력 2026.06.12 07:00

상반기 신규 상장 절반 급감…6월 기술기업 IPO 잇단 출격
빅웨이브·레몬헬스케어 등 대부분 AI 수혜주…쏠림 심화
거래소, 'AI워싱·업종 편중' 딜레마에 해소 방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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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을 거듭한 가운데 이달 공모시장에 로봇·바이오·자율주행 등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에 나선다. 정부가 미래산업 육성 기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술기업 중심의 상장 재개는 IPO 시장 반등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고민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망 기업의 상장을 유도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책 테마에 기댄 업종 편중과 상장 후 주가 부진 등의 책임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시장에는 스트라드비젼, 져스텍, 빅웨이브로보틱스, 매드업, 레몬헬스케어 등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부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형 기술기업이다. 자율주행 인식 소프트웨어, 로봇 플랫폼, 의료 데이터, 애드테크 등 최근 정책 수혜 기대가 붙은 AI 관련 업종이 라인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상반기 IPO 시장은 사실상 가뭄에 가까웠다. 지난달 기준 신규 상장사는 20곳에 그쳐 예년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중복상장 논란과 거래소 심사 보수화 등이 겹치며 신규 상장과 예비심사 청구 모두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업계가 6월 라인업을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보는 이유다. 스트라드비젼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인식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로봇 도입과 운영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자율주행·로봇 산업의 성장성과 화제성은 명확하지만, 이미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정책 테마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고평가 논란이 자주 따라붙는 섹터라는 점도 변수다.

    레몬헬스케어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정부가 의료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지원을 늘리는 만큼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동시에 테마 의존도가 큰 산업군이라는 한계도 함께 지닌다. 져스텍과 매드업도 각각 AI 테마와 연결된 제조 기업, AI 마케팅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달 상장 라인업을 보면 로봇, 자율주행, 헬스케어, AI 마케팅 등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AI 테마' 수혜 기대를 공유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AI와 연관된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 수혜 업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IPO로 이어지며 '업종 편중'이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선 투자자 보호를 신경쓰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에 모험자본도 공급해줘야 하는 '딜레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복상장 금지 이후 개별 IPO건의 평균 규모가 작아지다보니 '성장성'으로만 어필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지금 되는 테마'를 보유한 기업의 상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졌다"며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주로 상장하다보니 거래소의 심사 역시 깐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 내부에선 최근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이른바 'AI워싱' 여부를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AI 기술을 핵심 사업모델로 보유한 기업인지, 아니면 기존 사업에 AI 키워드를 덧붙여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기업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특정 산업에 상장 후보군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제조업 등 기존 전통 산업군에 대한 스터디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근 공모시장에선 성장성 서사와 정책 수혜 여부가 기업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자금 쏠림이 반복될 경우 증권 시장의 업종 다양성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거래소로선 부담이다.

    결국 이달 공모주 일정은 발행사와 주관사뿐 아니라 거래소의 심사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테마형 기술기업들의 흥행이 이어질 경우 상장 대기 기업들의 일정 재개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상장 직후 주가 부진이나 공모가 논란이 반복된다면 거래소의 업종 쏠림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6월에 나오는 기업들은 모두 시장에서 좋아할 만한 키워드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 테마 쏠림 부담도 크다"며 "거래소도 미래산업 기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상장 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론이 커질 수 있어 이달 공모주들의 성적이 향후 심사 눈높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