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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고착화하면서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한국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원화 약세로 국내 자산의 인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기존 포트폴리오를 매각해 달러 등으로 환산할 때는 내부수익률(IRR)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헤지에 대한 비용 부담도 초기 단계부터 논의되는 분위기다.
최근 환율은 미국의 긴축 우려와 중동 지역 리스크가 겹치면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39.1원에 마감했고, 한때 1549원대까지 올랐다. 지난 8일에는 1555.2원에 개장하면서 1550원 선을 넘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만의 최고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중동 긴장 격화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1500원선을 돌파했다.
현재는 외환당국이 시장 진정을 위한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은 1530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앞서 외환당국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소폭 낮아지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1500원대 고환율 국면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달러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 자산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달러를 들여와 원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계 PE 입장에서 원화 약세는 진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1조원짜리 국내 자산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환율 1400원에서는 약 7억1400만달러가 필요하지만, 환율 1500원에서는 약 6억6700만달러면 가능하다. 환율 변화만으로 달러 기준 투자금이 약 4800만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기존 국내 포트폴리오를 매각해야 하는 외국계 PE다. 원화 기준으로는 매각가가 높아 보여도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회수금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원화 기준 매각가와 달러 기준 회수금 간 괴리가 커질수록 당초 기대했던 IRR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매각가 눈높이 조정이나 일정 지연 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여행을 갈 때도 환율에 따라 자금 계획이 달라지는데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 투자를 하는 PE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아직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면 환율 변동을 이유로 일정이나 가격 조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EQT파트너스의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매각,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CTK 매각 등이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큐온은 지난 2019년 베어링PEA에 매각됐다. 이후 EQT가 베어링PEA를 인수하면서 EQT의 자산으로 편입됐다. 지난 2019년 당시 원·달러 환율이 1180~1200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원화 기준으로는 일정 수준의 회수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달러 기준 회수 IRR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헤지를 두고 해외 운용사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통상적으로 해외 운용사들은 투자금 납입, 배당·리캡, 엑시트 시점에 단기 선물환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기간 전체를 헤지하려면 비용과 롤오버 부담이 큰 만큼 현금흐름이 명확한 구간을 설정해 헤지하는 방식이다.
환헤지 비용은 펀드에서 발생하는 탓에 IRR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 계열 글로벌 운용사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환헤지를 보수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바이아웃 중심의 투자 하우스는 환율 노출을 일정 부분 열어둔 채 투자와 회수 시나리오를 따지는 방식에 가까웠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이들 바이아웃 하우스도 본사 투자심의위원회나 투자자 미팅에서 환율 방향성, 헤지 비용, 달러 기준 기대 IRR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향후 환율 방향성에 대한 변수가 늘어난 만큼 환헤지를 방어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시각이 늘어난 것이다. 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환율 변동성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는 후문이다.
한 대형 PE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기관 계열 글로벌 운용사는 원래도 환헤지를 보수적으로 했는데, 최근에는 이들뿐 아니라 환율 노출을 어느 정도 감당하던 하우스들도 헤지를 염두에 두는 분위기”라며 “펀드 IRR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투심위 단계부터 환율 변동성이나 헤지 비용에 대한 논의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