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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해 시중은행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달러 예금 수급을 선별적으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는 이미 유입된 외화 자금 중 환차익만을 노린 투기적 포지션을 걸러내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과도한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NDF 등 투기적 외환거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주요 은행의 외국환포지션 점검 주기를 기존 월간에서 주간 단위로 단축해 한시적으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반면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고도화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조치 유예는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며 은행별 자체 외화유동성 관리를 촉구했다.
당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급증하고 있는 달러 예금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661억 1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23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 등 주요 수출 기업의 호조로 유입된 대기업 법인 자금이 원화 환전을 미룬 채 대기성 자금으로 쌓인 영향이다.
다만 은행권은 달러 예금 증가세를 자체적으로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쓸 수도 있겠지만, 대기업 등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보유하는 이유 자체가 예금금리 수익성보다는 향후 환율 전망에 절대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폭의 금리 조절만으로는 창구 수급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1억달러를 보유한 기업이 예금금리 3.0% 대신 3.5%를 적용받아 얻는 추가 이자는 연간 50만달러 수준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오르면 환산가치는 약 100억원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리 0.5%포인트 차이보다 환율 100원 움직임의 영향이 훨씬 큰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취지는 달러예금에 과도한 유인을 제공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며 "현재도 금리가 높진 않지만, 추가적으로 금리를 높이지 않고 마케팅을 자제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이 창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성 자금'을 일부 차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출 대금으로 들어온 달러를 그대로 예치하는 순수 외화 유입은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로 분류해 수납하지만, 외화 자금의 실제 수요가 없음에도 환차익을 노리고 기존의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예금에 밀어 넣는 인위적 '포지션 전환'만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달러 보유 심리를 창구에서 막을 수는 없다"며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역 관련 증빙서류를 면밀히 확인해 실수요가 없는 외환거래를 걸러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국내 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NDF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국내 은행들은 주로 고객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고 자체 자금을 활용한 방향성 베팅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한 데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역외 NDF 시장의 거래 규모와 유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규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역외에서 형성되는 NDF 가격을 수동적으로 추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서다. 시장 시간 확대가 국내 은행에 환율 흐름을 주도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이번 한국은행과 금감원의 외환 공동검사 칼날 또한 국내 시중은행이 아닌 외은지점의 불공정 행위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주식자금 관련 달러 수요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은지점들이 공정하게 거래를 처리했는지, 혹은 고객 주문 정보를 이용해 미리 달러를 사들이는 '선취매수'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은 외환 포지션을 크게 가져가며 환율 방향에 베팅하는 문화가 아니다"라며 "당국 요청에 따라 실수요 거래를 점검하고 시장교란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의 방어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