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한숨 돌린 보험사…고금리 운용 전략 한계 '뚜렷'
입력 2026.06.15 07:00

킥스 비율 '안정세'…속사정은 채권 평가손에 '투자 쇼크'
채권 '방어 매수' 전략 '난관'…고금리發 계약 해지 '우려'
"투자 전략만으론 어려워"…부채 관리·제도적 지원 필요

  •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보험업계에 수혜와 부담 요인이 동시에 감지된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건전성 규제 압박에서는 잠시 숨통이 트였으나, 자산 평가손실 누적과 유동성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고금리 운용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0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등으로 투자손익이 2294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상위권 손보사 중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1분기 기준 43%) 현대해상은 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맞으며 투자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3% 급감했다.

    생보사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부 대형사는 이자 및 배당을 비롯해 일회성 자산처분익으로 투자손익을 일부 방어한 모습이지만, 금융지주계 생보사인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는 금리 상승기 채권 평가손실로 올 1분기 투자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2% 감소, 128억원 적자전환했다.

    보험사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국고채 10년물·30년물의 금리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30년물 금리는 지난 9일 기준 4.2%대를 넘어선 모습이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4%대를 웃돈 것은 약 3년 만이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상승에 따른 손익 관리 부담에도 보험업계에는 건전성 규제 측면에서 한숨을 돌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험사들은 대개 자산보다 부채의 만기(듀레이션)가 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가 급등하면 자산 가치 하락분보다 부채 가치의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결국 장부상 지급여력(킥스) 비율은 상승해 당국의 건전성 규제 허들을 넘는 게 수월해진 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9개 보험사의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3.8%포인트 상승한 216.2%로 집계됐다.

    특히 투자손익에 타격을 입은 현대해상의 킥스 비율은 207.2%로, 전년 동기(159.4%) 대비 약 50%포인트 가까이 개선됐다. 같은 기간 킥스 규제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안고 있는 한화생명 역시 킥스 비율을 전년 동기 155% 수준에서 올 1분기 162%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금리 상승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폭을 키워오던 국고채 금리는 올해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약 1년만에 2%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이와 함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 거시경제 변수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금리 상승 여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고금리 국면이 고착화되면 금리 상승기 보험사가 보유 채권 가격 하락 폭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채권 매수를 단행하는 '자산운용 메커니즘'이 작동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이는 시중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소비자의 고수익 상품 갈아타기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보험 해지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금리 급등기였던 2022년 12월 기준 국내 생보사의 해지환급금 및 효력상실환급금 지급액은 20조4000억원까지 급증하며 자본 유출 압박을 키운 바 있다. 이는 3개월 만에 지급액이 약 88.9% 폭증한 수준이다.

    대규모 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 유동성 요구가 늘어나면 보험사는 채권 가격 하락 시 추가 '방어 매수'를 하고 싶어도 환급금 충당 부담에 채권 매수 여력 자체가 저하되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안정적인 장기 부채 구조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순응하지 않고 '대응적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기관투자자"라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나 고금리 구간에서는 단기 유동성 부담에 대응적 자산운용 행태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일부 대형사는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및 대체투자를 늘리며 고금리 변수에 대응하고 있지만, 나머지 보험사는 자본체력과 지배구조의 한계로 '보수적 자산운용' 행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지주계 보험사의 경우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등 그룹의 건전성 지표 관리 차원에서 자산 운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 차원의 리스크 가이드라인이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큰 자산보다는 보수적 종합자산부채관리(ALM)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부채 관리를 위해 공격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취하기 어려운 보험사가 금리 상승기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는 자체적인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비우호적인 투자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 모형 전반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안전망과 근본적인 부채 체질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계정'을 활용한 선제적 유동성 공급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융사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부실 발생 전이라도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적용해 보험사의 자산 운용 여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금융안정계정 지원 대상 보험사 선정 기준에 따라 '정책 편익'보다 '정책 비용'이 더 커지고 형평성 문제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적용 기준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보험사 자체적으로 부채 포트폴리오를 적극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동재보험이나 계약 이전 등 부채 구조조정 수단을 적극 활용해 부채 평가액을 줄여 자산 손실 영향을 상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자산-부채 듀레이션 격차가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보유 채권 평가손실 영향이 어느 정도일 지는 거시 경제 변수에 따라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정교한 ALM 관리 등 자본 건전성 및 적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