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종전 기대감에 환율ㆍ유가 안정세...반도체ㆍ항공주 웃고 우주 ETF '울상'
입력 2026.06.15 10:08

미국·이란 종전 합의에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 확산
올해 사이드카 26회 발동…금융위기 2008년 기록과 타이
스페이스X 물량 미배정 실망감에 우주 ETF는 10%대 급락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에 국내 증시가 급반등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최근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지정학 리스크와 고환율 부담이 완화된 영향이다. 반도체 대형주와 항공주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실패 여파로 국내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는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8526.12로 출발했다. 전 거래일 대비 402.50포인트(4.95%) 오른 수준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86% 상승한 1048.19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511.4원으로 출발해 전 거래일보다 8.4원 하락했다.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달아오르면서 다시 한번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6분께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07% 급등하자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 급변이 현물시장 프로그램 매매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수 또는 매도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제한하는 장치다.

    이날 매수 사이드카 발동으로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총 26회로 늘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기록한 연간 최다 발동 횟수와 같은 수준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면서 지수 방향성 못지않게 변동성 자체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번 반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났다. 합의안에는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료, 미국의 봉쇄 해제와 군대 철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제재 유예, 이란 동결자산 해제, 60일간의 핵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종전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 이상 하락해 배럴당 81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3달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역시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인 1519.80원 대비 8.4원 내린 1511.40원으로 거래를 시작, 장중 1504원까지 하락했다. 월간 기준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5%대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7% 안팎 강세를 나타냈다. 삼성전기는 13% 넘게 뛰었다. 최근 급락장에서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업종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기관 매수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7000억원 이상 순매수 중이다. 반면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서며 7700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유가 하락 기대가 커지면서 항공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장중 21% 넘게 급등했다. 대한항공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 기간 동안 항공주는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항로 불확실성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커지면서 연료비 부담 완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흐름이다.

    반면 최근 국내 증시의 대표 테마로 떠올랐던 우주항공 관련 ETF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의 우주항공 ETF는 장 초반 모두 10% 이상 하락하며 최근 과열됐던 우주 테마의 변동성을 드러냈다.

    증권가에서는 종전 합의 자체는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호재지만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란 종전 합의가 재상승의 기점이 될지 차익실현의 촉매가 될지는 현 시점에선 알 수 없다"며 "미사일 논의가 합의안에서 제외되고 핵 협상은 별도로 진행키로 해 이후에도 핵 관련 협상 분위기에 따라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