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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후폭풍이 단순한 공모주 배정 실패를 넘어 글로벌 IPO 판매 관행 전반의 투자자보호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내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고객에게 판매할 공모주 물량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주말 사이 평판·주가 충격 우려가 커졌지만, 정작 장 초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스페이스X 편입 기대를 앞세워 자금이 몰렸던 우주항공 테마 ETF들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충격의 무게중심이 증권사 주가보다 ETF 투자자와 판매·광고 책임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SEC상 231만주에도 최종 고객 배정은 '0주'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3일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 처리했다. 앞서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전체 공모주 5억5555만5555주 가운데 231만4815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공모가 135달러 기준 약 3억1000만달러 규모다.
그러나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SEC 문서상 인수수량은 인수단 참여에 따른 인수 비율을 의미하며,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물량 배정과는 구분된다는 입장이다. 최종 배정은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도 이 지점에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SEC 문서에 기재된 인수물량이 사실상 확보된 물량처럼 받아들여졌지만, 글로벌 IPO 절차상 국내 판매사가 실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최종 배정 이후의 물량에 한정된다. 즉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초대형 IPO 접근권을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했지만, 최종 배정권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시장에서는 이 간극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여부가 향후 투자자보호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검사로 번진 사전고지·이해상충 쟁점
금융감독원도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판매와 관련해 지난 5일 점검에 착수한 뒤 검사로 전환한 상태다. 공모주 미배정 경위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배정 무산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 환전·송금·환불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는지, 자산운용사의 ETF 편입 광고와 연계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이 점검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해상충 논란도 변수다. 미래에셋그룹은 고객 판매 물량과 별개로 기관투자가 자격의 코너스톤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에게 배정할 공모주는 한 주도 받지 못했지만, 그룹 차원의 장기 투자 물량은 확보한 셈이다.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기존 스페이스X 투자와 연계해 장기 보유 목적의 익스포저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객 물량은 0주인데 회사 또는 계열 물량은 확보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위법이나 부당 배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과 국내 고객 대상 판매 물량은 법적 성격과 배정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 측도 기관 물량을 고객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내외 규정상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판매 과정에서 고객 청약 물량과 자기자금 또는 그룹 차원의 투자 물량이 어떻게 구분됐는지, 투자자에게 이 차이가 충분히 설명됐는지는 별도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래證 주가보다 ETF에 먼저 번진 충격
시장의 반응은 주말간 제기됐던 우려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 공모주를 한 주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미래에셋증권의 갭하락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0원(1.72%) 오른 5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등으로 국내 증시 전반이 강세를 보인 영향도 있지만, 그룹 차원의 스페이스X 기관 물량 확보와 기존 투자 지분 가치 상승 가능성이 주가 충격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스페이스X 편입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던 국내 우주항공 테마 ETF들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같은 시각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전 거래일 대비 1970원(13.53%) 내린 1만2595원,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1628원(12.39%) 하락한 1만1507원,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1435원(11.86%) 떨어진 1만665원에 거래됐다.
일부 우주항공 테마 ETF는 스페이스X 상장 당일 또는 직후 편입 가능성을 앞세워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그러나 공모가 물량 확보가 무산되면서 운용사들은 상장 후 장내 매수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주가가 19% 가까이 오른 만큼, 공모주 편입을 기대했던 ETF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액티브 ETF와 패시브 ETF 간 형평성 논란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패시브 ETF의 경우 지수 편입 전 공모주를 먼저 담으면 추적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IPO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액티브 ETF는 운용 재량을 바탕으로 공모주 참여 또는 상장 직후 편입 전략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공모주 확보가 불발되면서 액티브 ETF의 차별화 논리도 흔들렸고, 패시브 ETF는 상장 이후 높은 가격에 편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해외 IPO 접근권, 어디까지 팔 수 있나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 우선 거론된다.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 IPO로 전 세계 투자자의 관심을 끌면서 기관과 개인 수요가 폭증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이 최종 단계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청약 수요가 일본 등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던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일본 투자자들은 대규모 청약 주문을 넣어 최종적으로 상당한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환율 변동과 달러 유출 부담, 전문투자자 중심 모집 구조 등으로 청약 규모가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 기조와 청약 규모 축소가 결과적으로 글로벌 주관사에 한국 수요를 약하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골드만삭스 등 대표주관사 측이 공식적인 확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최종 미배정 배경을 특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보복이나 특정 국가·세력의 의도적 배제와 같은 해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IPO 배정 구조, 국내 판매사의 설명 책임, 외환시장 부담, ETF 마케팅이 한꺼번에 충돌한 사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사안은 향후 대형 해외 IPO 판매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이후에도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투자자 관심이 큰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 입장에서는 해외 초대형 IPO 접근권 자체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이번처럼 최종 배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판매와 광고가 먼저 이뤄질 경우 투자자 민원과 감독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IPO는 국내 공모주처럼 배정 구조가 명확하게 보장되는 상품이 아닌 만큼 투자자에게 기대수익보다 배정 불확실성을 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스페이스X를 못 받았다는 문제보다 글로벌 딜 접근권을 국내에서 어떻게 팔고, 어디까지 약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