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 증설 본격화"…하반기 앞두고 들썩이는 반도체 소부장株
입력 2026.06.16 07:00

상반기까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比 소외
하반기 앞두고 증설 낙수효과 기대감으로
LTA로 소부장 업체 실적 가시성도 높아져
P4·M15X 용인까지…소부장 재평가 움직임

  • 선거 이후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치는 동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주가 번갈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HPSP나 심텍, 원익IPS, 피에스케이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부터 급반등에 나서면서 시장 시선도 코스닥 반도체 업종을 향하고 있다. 

    업계에선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렸던 호황의 과실이 하반기부터 뒷단 소부장 업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일 HPSP 주가는 장중 전일보다 28%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가격을 경신했다. 선거 이후 8거래일 동안 상승률만 108%에 달한다. 피에스케이 주가 역시 전일 13% 상승한 여파로 급등 후 약세로 돌아섰지만, 선거 이후 8거래일 수익률은 85%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 원익IPS(78.24%), 테스(69.21%) 등 다른 장비 업체들의 주가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가 아직까지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반도체 장비 업체에 선별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일찌감치 겪은 낙폭을 겨우 되돌린 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투자업계에선 단순 테마성 순환매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 장세를 앞두고 수급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 업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같은 업황에 속해 있어도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차가 있다"라며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대형주가 초과이익을 쓸어갔지만, 하반기부터는 팹(Fab) 증설 효과로 낙숫물이 코스닥 소부장 업체로 본격 유입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제로 최근 증권가에선 국내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의 설비투자(CAPEX)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공급망 뒷단으로 흘러가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진단에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형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늘려가는 것도 재평가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에서 국내 장비 업체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수주 변동성이었다. 전방 메모리 공급사들이 업황에 따라 신규 팹 증설 일정을 조정할 때마다 이미 나왔던 장비 발주가 수개월 단위로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모리 공급 계약이 LTA 위주로 재편되면서 메모리 공급사의 이익 체력뿐 아니라 후방 협력사들의 실적 역시 하방 지지선이 단단하게 구축되고 있다는 진단이 늘고 있다. 전방 수요가 장기로 묶인 만큼 고객사들 역시 투자 일정을 급격히 조정할 유인이 전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현재 2028년까지 증설 투자 일정을 빈틈 없이 촘촘히 세워둔 상황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양사 투자가 속도전을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점점 늘고 있다. 대만 TSMC는 전일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이 인공지능(AI) 수요를 충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년간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대만 '컴퓨텍스 2026' 행사를 방문해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비 업체들의 실적 가시성이 커지는 만큼 시차를 두고 소재나 부품 업체 역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투자 사이클은 통상 장비 반입 이후 웨이퍼 투입량이 늘어나면 이후 특수가스와 케미컬 등 소재, 소모품 수요가 증가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신규 팹이 늘어나는 만큼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 성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까지만 해도 발주가 밀리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LTA를 체결하면서 차기 팹 증설 일정까지 줄줄이 앞당기는 중"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계속해서 일정이 잡혀 있으니 낙숫물 자체는 계속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