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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부 M&A 자문사들 사이에서 이차전지 딜을 다시 발굴해 보자는 얘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저점 구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M&A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밸류체인에 쏠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가팔라지며 반도체 사이클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하우스에 반도체 관련 포트폴리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관련 매물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업황이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가격 부담도 커졌다. 숫자가 나오는 산업이다 보니 시장 관심이 집중됐고, 매도자들의 눈높이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부 자문사들은 반도체와 함께 이차전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성장성이 있으면서 향후 딜도 많을 것으로 점쳐지는 산업을 다시 타깃 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 후공정과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함께 거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익성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역시 전기차 수요 회복 지연과 판가 하락 영향으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맺었던 합작법인(JV)과 공급계약을 재조정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소재·장비업체들 역시 고객사 발주 지연과 가동률 하락 부담을 받았다.
시장 일각은 오히려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업황이 어렵지만 가격 부담이 낮아진 만큼, 알짜 기업을 선별해 볼 수 있는 구간이라는 것이다.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PEF 입장에서는 지금의 실적보다 다음 사이클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실적이 꺾이고 투자심리도 식었지만 오히려 검토 가능한 가격대에 들어온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PEF 관계자는 "이차전지 쪽에서 주목했던 건 전고체 쪽이다. 최근 전고체는 대부분의 하우스가 한 번씩은 검토했을 것"이라며 "괜찮은 기술을 가진 곳들은 이미 투자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 호황기였던 2020년대 초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는 소재·장비 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을 집행했다. 당시에는 전기차 시장 고성장과 증설 기대가 맞물리며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됐지만, 업황이 꺾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코프로비엠 CB 투자다. 다수 PE들은 2023년 4400억원 규모 에코프로비엠 CB에 투자했다. 당시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2% 조건으로 투자해 이자 수익보다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둔 구조였다. 다만 전환가액이 21만4188원인 반면 현재 주가는 18만원대에 머물러 있어, 아직 주식 전환을 통한 수익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피엔티 역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 규모 RCPS 투자를 받았지만, 매입단가 5만305원 대비 현재 주가는 4만4000원대에 그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2020년 약 6000억원에 인수한 솔루스첨단소재도 실적 부진이 길어지며 비주력 자산 처분 필요성이 커졌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펀딩 참여 정도는 검토할 수 있겠지만, 바이아웃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경영권 인수는 결국 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그런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투자 건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점 투자에 따른 후유증 등에 당장 들여다 보기는 쉽지 않단 평가다. 다만 장기 사이클로 보면 업황 부진이 영원히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일부 자문사들은 지금부터라도 기술력과 고객사를 갖춘 기업을 추려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