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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NH투자증권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에서 내부 출신을 배치하며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시장에서 우려했던 농협 지배구조 상단의 외풍을 일단 차단하고 조직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인선을 통해 젊은 피를 수혈하는 세대교체 흐름도 명확히 했다.
다만 지배구조 특성상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언제든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변수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각자대표 체제의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신재욱 부동산인프라사업부 대표(전무)와 배광수 WM사업부 대표(상무)를 추천했다. 신 대표는 기업금융(IB)·운용·법인영업과 전사 관리 부문을 총괄하고, 배 대표는 WM·디지털·채널 및 리서치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인선은 NH투자증권에 오랜 기간 몸담아온 윤병운 대표가 용퇴하고, 내부 사정에 밝은 후배들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내부 승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표와 신임 각자대표 후보자 두 사람 모두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나눠 잡게 된 신 후보자는 LG투자증권에서 기업공개(IPO)와 구조화금융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IB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을 거쳐 2017년 친정인 NH투자증권으로 복귀한 뒤, 부동산금융 팀장·본부장 및 IB2사업부 대표를 역임하는 과정에서 윤 대표와 손발을 맞춰왔다.
함께 각자대표 후보로 추천된 배광수 후보자는 LG투자증권 공채 출신으로 윤병운 대표와 오랜기간 손발을 맞춰온 인물로 통한다. NH투자증권 테크놀로지 인더스트리 부서장과 인더스트리3본부장 등을 거치며 20여 년간 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주요 딜을 함께 수행하는 과정에서 윤 대표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부 승계 기조 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세대교체'와 '파격 발탁'이다. 현재 10대 증권사 CEO 가운데 1970년대생은 1972년생인 김종민 메리츠증권 각자대표가 유일하다. 1970년생인 신 후보자와 1972년생인 배 후보자가 새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증권업계 CEO 세대교체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특히 상무급 임원인 배 후보자가 WM 부문 각자대표 후보로 발탁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무급인 배 후보자가 각자대표까지 오른 배경에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증명한 가시적인 실적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배 후보자는 2024년 WM사업부 대표에 오른 이후 초고액자산가 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왔다. 이 기간 NH투자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가입 기준이 300억원인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1년간 고객 가문 수가 61% 증가한 229가문을 기록했다.
실적과 별개로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배 후보자의 'IB 베테랑'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배 후보자가 본격적으로 WM 사업을 이끈 기간은 약 2년 6개월이지만, 그전까지는 20여 년간 IB 업계에 몸담으며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전임 윤 대표 체제에서 주요 딜을 함께 수행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것도 이 시기다.
이러한 'IB맨 색채를 지닌 WM 수장'의 탄생은 내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의 향배와도 직결된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직개편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향후 투심위가 WM 산하로 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부 우려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만약 WM 대표 자리에 리스크 관리를 앞세운 까다로운 외부 인사가 앉을 경우, IB 딜(Deal) 심사가 과도하게 보수화되어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IB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 후보자가 WM과 전반적인 채널을 이끌게 되면서, 향후 투심위가 WM 산하에 배치되더라도 IB 부문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농협금융그룹 특유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적 불씨로 남아 있다. NH투자증권 CEO 인선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영향력은 늘 변수로 꼽혀왔다.
실제 이번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두고도 시장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표이사 후보가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워지며 관련 우려는 한층 완화됐지만, 이번 인선이 내부 승계로 마무리됐다고 해서 중앙회 변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신임 각자대표들의 임기 설정 방식도 변수로 거론된다. 현 농협중앙회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만약 신임 각자대표의 임기가 농협중앙회 회장 임기와 비슷한 시점에 만료되거나 그 이전으로 설정될 경우, 향후 연임 또는 후속 인선 과정에서 중앙회의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NH투자증권이 내부 승계 기조와 세대교체 흐름을 확인한 사례"라면서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앙회와의 정무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신임 각자대표 체제 지배구조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