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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이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투자업계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직접적인 계기는 JTBC의 206억원 규모 유동화차입금 상환 불이행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디폴트가 아닌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직간접적 채권자는 물론 재무적투자자(FI)들도 이번 회생절차 신청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JTBC,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차입금 상환에 실패했다. 이후 NICE신용평가는 JTBC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CCC로, 단기등급을 A3에서 C로 강등했다. 중앙일보 역시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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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은 JTBC의 상환 실패보다 그 뒤에 숨어 있던 자금 부담을 더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계열사 합산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 전환우선주 매입 관련 1700억원, 이매지너스 지분 매입 관련 368억원, 6월 말 만기를 앞둔 전환사채(CB) 장부가액 1182억원 등의 자금 부담을 안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206억원 규모 디폴트 자체보다 6월 말 만기를 앞둔 콘텐트리중앙 CB와 그룹 전체 차입 구조가 시장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JTBC 디폴트는 시작에 불과했다"며 "시장이 실제로 우려한 것은 6월 말 만기를 앞둔 콘텐트리중앙 CB와 그룹 전체 차입 구조"라고 말했다.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감지됐다. 콘텐트리중앙은 올해 초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레스매니지먼트와 약 3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해당 자금은 JKL파트너스 CB 상환과 SLL중앙 투자 구조 정리, 이매지너스 관련 자금 부담 대응 등 사실상 리파이낸싱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협상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회사채 시장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SLL중앙은 올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고 일부 물량은 주관사가 전부 떠안았다. 시장에서는 중앙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고 평가한다.
투자 유치가 무산되자 중앙그룹은 부동산 유동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상암동 JTBC 사옥과 중앙일보 사옥, 일산 스튜디오 등을 활용한 약 5500억원 규모 자산 유동화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됐다. 실제 코람코자산신탁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당장 6월 중순부터 몰려 있는 만기를 막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상당수 자산에는 이미 담보가 설정돼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설령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상당 부분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근엔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이 상당히 악화한 데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더라도 채무 조정에 활용할 만한 자산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옥 유동화만으로는 시장 차입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며 "금융권 지원을 기대하려면 대주주 차원의 증자나 추가 자산 매각 등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회생 신청 이후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채권자와 FI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중앙그룹의 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KL은 2021년 약 1000억원 규모 콘텐트리중앙 CB 투자에 참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투자 유치나 자산 매각을 통해 상환 또는 리파이낸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매지너스 투자 구조도 변수다.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제이앤PE)는 이매지너스에 약 500억원을 투자했고 풋옵션이 설정돼 있다. 회생절차 개시로 향후 투자금 회수 일정과 구조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SLL중앙 투자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2021년 SLL중앙 프리IPO 투자에 참여했고 텐센트 역시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중앙그룹 자산 중 SLL중앙을 가장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꼽고 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SLL중앙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기존 투자자 자금과 채무를 상환하는 데 빠듯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시네마와의 통합 작업도 사실상 무산 수순이다. 양사는 그동안 통합을 추진하며 신규 투자 유치 가능성을 모색해 왔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거래 진행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업결합 심사뿐 아니라 향후 투자자 모집 작업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중앙그룹 관련 익스포저를 둘러싼 증권업계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계열사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는 일부 증권사들이 참여를 꺼렸다. SLL중앙의 올해 4월 공모채 역시 모 증권사가 단독 발행 주관했는데, 이번 회생절차 신청에 당혹감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회생 신청이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중앙홀딩스와 중앙피앤아이 역시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JTBC 역시 신용등급이 CCC까지 강등된 만큼 시장에서는 계열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중앙그룹은 투자 유치와 자산 유동화, 차환을 통한 자체 해결 대신 법원을 선택했다. 당장의 상환 압박은 줄어들겠지만, 부담은 채권자와 투자자들 쪽으로 넘어갔다.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자산 매각 여부가 아니라 SLL중앙과 메가박스중앙 등 핵심 자산의 존속 가치, 대주주의 추가 자구책, 그리고 회생계획안에서 투자자들이 실제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날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그룹 일부 계열사의 재정 위기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부회장은 "중앙홀딩스와 일부 계열사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오늘의 상황을 초래해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그동안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대외 경제 여건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등의 문제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JTBC, 메가박스, 콘텐트리중앙의 채권자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피해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