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면 주식 랠리 재개?…'물가 상승 압력' 떨어지느냐가 핵심
입력 2026.06.16 07:00

15일 유가 정상화 기대에 인플레·금리 부담 완화
반도체ㆍ여행ㆍ재건주 주목받고 저평가 지주사도 관심
'문제는 물가 압력'...호르무즈 열리고 실제 물가 떨어지나
'MOU 수준 합의'의 한계도 거론..."변동성 주의해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안정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안도 랠리를 넘어 '전쟁 이후 수혜주' 찾기로 옮겨가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이는 금리 상승 부담 완화와 약달러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반도체 및 여행ㆍ재건 관련 상장사들이 당장의 '종전 수혜'를 받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종전이 실제로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는가'로 이동할 전망이다. 물가 압력이 낮아져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낮아지는 까닭이다. 이번 합의가 '양해각서'(MOU) 형식이라는 점에서 분쟁이 실제로 종식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22.36포인트(5.20%) 오른 8545.98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4.98포인트(0.48%) 오른 1034.03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환율은 장중 1504원선까지 급락했다. 달러인덱스 역시 지난 5일 이후 10일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밑돌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80.55달러로 하루만에 5% 하락했다.

    미·이란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시장을 움직였다. 양국은 107일간 이어진 전쟁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예정돼 있다. 합의안에는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료, 미국 봉쇄 해제, 미군 철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제재 유예, 이란 동결자산 해제, 60일간 핵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쟁 기간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 반대로 유가가 정상화되면 물가와 금리, 환율 부담이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종전 선언의 파급효과가 단기 안도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로 내려오며 하락세를 보였다. 장중 1504원까지 내려오며 이번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의 주요 부담으로 작용했던 만큼 환율 안정은 외국인 수급 회복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크로 환경 지표들이 안정세를 보이자 수급은 다시 반도체 등 AI 관련주에 몰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롯, 전력기기와 현대차 등 로봇휴머노이드 관련 기업까지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왔다.

    종전 효과는 반도체 밖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가와 환율 하락의 직접 수혜주인 항공 및 여행주가 직접적인 수혜권에 든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타결로 중동 지역 재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15일 제주항공은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물산은 14%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쏠림 이후 수급이 확산될 후보로는 저평가 지주사도 거론된다. 중소형 지주사 가운데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3배 수준에 머물거나, 보유 상장사 지분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곳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과 주주가치 제고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이들 종목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종전의 온기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까지 닿을 수 있을지가 다음 관심사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코스닥과 미래산업 육성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 안정은 성장주 투자 논리에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종전 선언이 곧바로 추세적 상승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도 나온다. 당장 종전으로 인해 유가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돼야 한다는 평가다.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라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며 유가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현재 국채시장 선물에 반영된 미국 기준금리 전망은 올해 두 차례 인상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5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5% 상승하며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여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쟁 전 96 전후에 머물던 달러인덱스가 급등한 것이다. 주요 석유 수입국인 한국 원화, 일본 엔화가 특히 타격을 입었다. 한국의 경우 주가 급등에 따른 자산분배 수요가 맞물려 증시에서 대규모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고, 이 역시 원달러 환율에 강한 상승 압력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일단 종전 합의가 되면 이 같은 우려는 당분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지표가 전쟁 전으로 돌아오면 미국 연준은 물론,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전쟁 과정에서 석유 생산 및 물류 시설이 타격을 받아 복구까지는 수 개월에서 수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난제다.

    이번 종전 합의가 양해각서(MOU) 형식이라는 점 역시 아직 시장이 완전히 우려를 걷어내지 않고 있는 지점이다. 미국의 핵심 안건인 핵 협의는 아직 시작도 안한데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인 것 역시 종전 합의의 지속 여부에 물음표가 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단순히 전쟁이 끝났으니 반도체가 오른다고 볼 순 없고, 전쟁이 바꿔놓은 물가의 흐름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전망 등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돌아올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항공ㆍ재건 등 종전 단기 테마는 향후 두 달간 변동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