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회생 비껴간 SLL중앙…'매각 카드' 지만 가격이 문제
입력 2026.06.16 14:09|수정 2026.06.16 15:15

연쇄 회생서 'SLL중앙'만 빠진 비화…FI가 친 방화벽?
부채비율 81%로 안정적…'부채 4592%' 지주사와 대조
프렉시스 이달 인수금융 만기…매각 가능성 급부상
미디어업종 주가 급락하며 '몸값'이 문제...시간 걸릴 듯

  • 중앙그룹 지주사 및 핵심 계열사들이 지난 15일 무더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핵심 콘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은 신청 명단에서 제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SLL중앙이 타 계열사와 달리 연대채무 고리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그룹 내 '알짜 자산'인 만큼,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제 값 받기'가 가능할지에 의문이 찍히는만큼, 실제 의사결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계열사 연쇄 기업회생신청이 진행된 가운데, 콘텐트리중앙 산하의 핵심 자회사인 SLL중앙은 홀로 회생 신청을 피했다. 모회사가 회생을 신청했지만, 과거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당시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계열사 자금 지원을 중단하며 연대채무의 늪에서 한발 비껴나있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SLL중앙이 지난 2021년 프리 IPO 진행 시 FI 측 요구로 '계열사 채무보증 및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조건'을 계약에 반영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조항이 계열사 간 부실 고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SLL중앙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81.1%, 차입금의존도는 35.8%다. 계열사 지원 여파로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4592%까지 치솟은 중앙홀딩스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SLL중앙은 지난해 영업이익 307억원, 순이익 26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2024년 1.9%에서 지난해 8.5%로 개선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LL중앙은 영업활동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라며 "그 자체로는 독자 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SLL중앙을 중앙그룹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금 수혈 카드로 보고 있다. SLL중앙은 콘텐츠 제작 역량 외에도 티빙(TVING) 지분 등 담보 가치가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SLL중앙은 최근 한 대형 증권사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조달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증권사는 SLL중앙이 보유한 티빙 지분의 담보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복수의 FI 간 이해관계와 모회사의 재무 불안정 등을 이유로 최종적으로 딜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그룹이 기업회생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진행해야 하는만큼, 시장에서도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던 SLL중앙 지분 매각설이 다시 표면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SLL중앙의 최대주주는 지분 53.82%를 보유한 콘텐트리중앙이다. 지난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중국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SLL중앙의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점을 감안하면, 지분 매각 시 수천억원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프랙시스캐피탈은 2021년 약 30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는데, 해당 차입 만기가 이달 말 도래한다. 이에 인수금융 주선사 측은 담보로 잡고 있는 SLL중앙 주식에 대한 담보권 처분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이 회생을 신청한 이상 법원에 제출할 자구안이 핵심인데, 업계에선 SLL중앙 카드를 유력하게 본다"라며 "경쟁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못지않은 자산인 데다 FI들의 엑시트 시한과도 맞물려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도 1조원대 가치가 언급됐지만, 최근 1년새 CJ E&Mㆍ스튜디오드래곤 등 유사 기업의 주가가 반 토막 나며 현 시점에서의 시장 가치는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유치 당시의 '2조원' 기대감과는 격차가 매우 벌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CJ E&M의 지분 100% 기준 시가총액은 83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은 7500억원에 머문다. 지난해 기준 SLL중앙의 매출액은 CJ E&M의 8분의 1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매출 규모가 비슷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 이들 유사기업보다 '높은 밸류'를 쳐줘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조원 미만의 가격으로 SLL중앙의 경영권이 매각될 경우, 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고 나면 중앙그룹이 가져갈 몫은 크게 줄어든다. 현 투자자들은 '내부수익률(IRR) 연 2.9%를 실행할 수 있는 투자회수(exit) 구조'를 계약서에 명시한 상황이다. 

    중앙그룹과 투자자들이 모두 윈-윈(win-win) 하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만큼,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회생 신청을 피했다고 해서 SLL중앙이 온전히 독자 생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법원 울타리 밖에 있는 SLL중앙을 향한 채권자들의 장외 압박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사는 구조적으로 '나만 살기'가 어렵다"며 "회생 절차에 포함되지 않은 SLL중앙을 타깃으로 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시도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향후 매각이나 자금 조달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가 그룹 전체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