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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유 현금을 채권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던 자금이 여전채와 공사채, 국고채 등으로 투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두 회사가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처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신규 매수세 자체가 귀한 만큼, '삼전닉스'의 자금 집행이 채권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증권사 특정금전신탁과 랩어카운트를 활용해 채권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증권사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물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했는데 최근 들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공사채 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만기와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주에만 삼성카드,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등이 발행한 여전채와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발행한 공사채를 고르게 매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부터 채권 매입을 시작했는데, 올해에만 채권 투자 규모로 20조원 이상의 자금 집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SK하이닉스가) 요즘엔 CP와 전단채 매입을 멈추고, 여전채와 공사채를 사고 있다"며 "단기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여전채와 공사채를 편입하는 동시에 만기별 현금 흐름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채권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삼성생명에 DB형(확정급여형)으로 맡긴다. 해당 적립금 일부를 삼성자산운용이 위탁 운용하는데, 이 자금을 활용해 10년 만기 국고채 매입에 나섰다. 지난 5월 말에만 약 1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참가자들은 거래 규모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인 장외 채권 거래가 수백억원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투자자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 규모 주문을 집행하는 것은 시장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 계열사를 둔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이 큰데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큰 채권 수탁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의미가 더욱 커진다는 평가다. 채권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는 신규 매수세 자체가 귀해지기 때문이다.
앞의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르는 장에서는 평소보다 수급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며 "단기적으로는 금리 안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매수세가 시장 금리 방향성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채권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비교 사례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을 꼽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가 월 10조원 안팎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장기 금리 상승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조원 규모 거래는 시장에서 상당히 큰 주문이 맞지만 결국 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WGBI 자금처럼 월 10조원 가까운 매수세도 장기 추세를 바꾸지 못하는데 개별 기업의 매수만으로 금리 흐름이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혜자는 채권 중개시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 대상을 넓히고 거래 빈도를 높일수록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고 브로커리지 수익도 함께 늘어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당장 거래량이 늘어나고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채권 브로커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