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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 자체도 부담이지만, 최근처럼 단기간에 수십 원씩 움직이는 변동성 확대가 자산 전략 수립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연초 수립한 자본 및 자산운용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환율 상승 시 외화자산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RWA가 증가하고, 이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금융지주의 RWA가 최대 6조원가량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만으로도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과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은행권은 단순히 환율 수준보다 확대된 변동성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환율이 일정 수준에서 안착하면 이에 맞춰 자산 전략을 조정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급등락이 반복될 경우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레벨이 달라졌다고 판단되면 그에 맞춰 자산 성장 계획을 조정하면 되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전략 수립 단계부터 문제가 된다"며 "RWA 관리 계획을 세워도 전제가 계속 바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환율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496.5원에서 이달 5일 1559.5원까지 상승한 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지난 10일 1524.5원까지 하락했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60원 가까이 등락한 셈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한동안 1400원대 환율을 전제로 수립했던 자산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 방향성마저 불확실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율이 상승하면 RWA 부담이 커져 자본 여력이 빠듯해지고, 반대로 하락하면 다시 여유가 생기는 만큼 자산 배분과 성장 전략을 수시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가 확인된 만큼 향후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 역시 국내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 리밸런싱과 수급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의 불안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대 중반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자본 관리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500원 초반까지는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지만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부담이 상당히 커지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RWA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자본 활용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환율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기준선으로 설정한 CET1 비율 13%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환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CET1 비율 관리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대출과 투자 등 자산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을 위해 CET1비율 13%를 유지해야 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RWA가 늘어나면서 대출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건전성 측면에서는 필요한 안전판이지만 실제 운용 가능한 자본이 제한되는 만큼 고환율 현실에 맞는 개선 논의가 필요한 시점"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CET1비율 13%는 각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설정한 주주환원 기준인 데다, 목표치를 변경할 경우 주주환원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율 변동을 이유로 기준선을 조정할 경우 향후 다른 외부 변수에도 동일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있더라도 일관된 자본관리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주환원 정책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아직 완전히 정착된 단계는 아닌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CET1 비율 13%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 환율이 예상보다 크게 급등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외국인 자산 리밸런싱의 영향이 큰 만큼 향후에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