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레이크의 솔루스 해외자회사 인수, 궁여지책서 '신의 한 수'로
입력 2026.06.17 07:00

CFL 해외 매각 무산에 스카이레이크가 인수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투자 재원 확보 목적
최근 AI향 동박 수요 급증…CFL 가치도 상승

  •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솔루스첨단소재의 해외 자회사를 인수했다. 당초 해외 자회사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스카이레이크가 구원투수로 나서 유동성을 지원한 모양새였다. 거래 초기만 해도 해외 자회사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동박 업황이 급격히 회복되면서 스카이레이크가 반색할 상황이 됐다.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는 ㈜두산이 인적분할돼 설립된 동박·전지박 제조사로 지난 2020년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됐다. 스카이레이크는 기존 블라인드펀드와 공동투자펀드, 롯데정밀화학 투자금 등을 활용해 경영권 지분 인수에 7000억원가량을 들였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2년 2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세계 각지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는데 성과는 더디게 나타났다. 매출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지만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이 침체했고, 에너지 비용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동안은 수율 관리에도 애를 먹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3년 자회사 솔루스바이오텍을 영국 기업에 매각했고, 작년 초부터는 룩셈부르크 법인인 서킷포일룩셈부르크(Circuit Foil Luxembourg, CFL) 매각을 추진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고, 스카이레이크 역시 솔루스첨단소재 인수금융 재무약정(Covenant) 위반 사유를 치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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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FL은 1960년 설립된 동박 제조사로, 유럽 동박 산업의 원조격인 기업이다. 전지박 원천 기술을 비롯해 고성능 동박 생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2014년 두산그룹이 인수해 해외 생산 거점으로 두고 있었다. 스카이레이크가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할 당시 CFL의 기업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작년 7월 중국 동박 제조사 더푸커지에 CFL을 2784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거래는 작년 중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룩셈부르크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인수 대상을 소수지분으로 제한하라며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경영권 매각이 어려워졌고 지난 1월 매매계약이 해제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CFL 매각을 재개했는데 해외 승인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가 인수자로 나섰고, 지난 4월말 거래가 종결됐다. 매각 대금은 기존보다 소폭 오른 3013억원이다. 매각 시작 후 스카이레이크가 나설 때까지 CFL의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최근 CFL을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다. CFL은 AI 가속기에 쓰이는 초극저조도(HVLP, Hyper Very Low Profile) 동박을 생산한다. AI 회로박 분야 글로벌 수위권 업체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기업의 AI 가속기에도 이 회사 회로박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I 산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중이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CFL은 글로벌 테크기업향 일감이 급증하며 수개월 사이 몸값이 몇 배나 뛰었다"며 "다른 원매자를 찾을 상황이 아니라 스카이레이크가 나섰던 것인데 지금은 너무나 성공적인 투자가 됐다"고 말했다.

    CFL 인수는 기존 솔루스첨단소재 투자와 별개인 펀드 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솔루스첨단소재 인수에 참여했지만 CFL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은 출자자(LP) 입장에선 입맛을 다실 상황이 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전지박에 힘을 실었는데, 팔아버린 회로박 쪽이 더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레이크 측에선 솔루스첨단소재 측 LP들에 CFL 거래의 당위성을 적극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몇 달 사이 예상치 못하게 상황이 달라졌을 뿐 LP들도 이 거래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솔루스첨단소재의 사업 환경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고객사향 전지박 공급이 늘면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분기부터는 이차전지 기업들의 전지박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CFL이 스카이레이크 계열로 남게 되면서 솔루스첨단소재와의 사업 협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