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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일제히 최고투자책임자(CIO) 교체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 경찰공제회 등이 동시에 운용 수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인사 교체보다 그 배경에 쏠린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수익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기관들의 CIO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11일부터 차기 CIO 공개 모집에 착수했다. KIC 역시 공모를 마감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범식 전 CIO가 수협중앙회로 자리를 옮긴 사학연금도 후임 인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란우산공제 역시 서원철 자산운용본부장 임기 만료에 따라 후임 선발 절차를 밟고 있다. 장기간 공석 상태가 이어졌던 경찰공제회도 새 CIO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조만간 CIO 교체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양래 현 과기공 CIO는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조만간 외부 인사를 포함한 후임 선임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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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과거보다 주식 운용 경험을 갖춘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LP 출신뿐 아니라 민간 자산운용사 출신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한 LP 관계자는 "최근 CIO 후보군을 보면 주식 운용 경력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가 확실히 강해졌다"며 "과거에는 대체투자나 해외투자 경험이 강점이었다면 지금은 자산배분과 주식 운용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배경에는 올해 국내 증시 강세가 있다. 다수 연기금과 공제회는 올해 목표 수익률을 사실상 1분기 안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주식 부문 수익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간 성과의 상당 부분이 이미 결정됐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국내주식 수익률은 21.7%를 기록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국내주식 부문에서 60% 안팎의 수익률을 거뒀다. 국내 증시 상승으로 상당수 기관의 국내주식 비중은 목표치를 웃돌거나 상단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채권과 대체투자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채권이나 대체투자는 사고만 치지 말라는 것"이라며 "주식 수익률 뒤에는 0이 하나 더 붙어 있는 수준인데 다른 자산군이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종목 선정보다 자산배분 전략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주식 비중을 얼마나 허용할지, 언제 리밸런싱에 나설지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어서다.
앞선 LP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기자산배분 계획이 형식적인 문서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자산배분 결정 하나가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 흐름을 바꾸는 만큼 CIO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LP들의 변화는 출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공제회에서는 회원들이 공제 적립금보다 직접 주식 투자를 선호하면서 자금 유입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상당수 기관이 이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프로젝트성 출자 수요도 예전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다.
그 여파는 신생 운용사들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투자시장 회복 기대 속에 대형 PEF 출신 인력들이 잇따라 독립해 K-뷰티·인프라·AI 투자 전문 하우스를 설립했지만 출자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중견 PEF 운용사 대표는 "예전 같으면 공제회가 검토해보겠다고 할 건도 이제는 은행을 찾아가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기관들이 장기 프로젝트 투자보다 유동성 자산 운용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