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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발생한 '공모주 미배정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금전적 보상안 검토에 착수했다. 사상 초유의 '0주 배정'으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환차손부터 청약 증거금 기회비용까지 다양한 보상 요구가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운데, 보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쉽지 않아 미래에셋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던 전문투자자(개인·법인)들을 대상으로 청약증거금 환불 절차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후속 보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청약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피해 투자자들을 위한 보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기관과 전문개인투자자 등 대상이 워낙 많다 보니 내부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 1차적으로 거론되는 보상 대상은 '환차손'이다. 청약 마감일이었던 지난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38원 수준으로 단기 고점을 형성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청약 증거금 예치를 위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 환전을 진행했던 만큼, 청약 무산 이후 원화로 재환전했다면, 적잖은 환차손을 떠안게 됐을 수도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조달한 대출 이자나 청약 기간 자금이 묶이면서 발생한 '기회비용'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는 청약 자금이 묶여 있던 기간에 대한 지연 이자 보상 등이 우선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달러 고점 시기에 환전해 증거금을 예치한 투자자들의 환차손은 보상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며 "다만 기회비용 등까지 포함될 경우 보상 범위 산정이 쉽지 않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금융권에서 이례적인 '금전 보상 검토'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대해 투자자 반발과 금융감독원 검사 등으로 커진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역대급 관심이 쏠렸던 스페이스X 청약이 단 1~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흥행했던 만큼, 사상 초유의 '0주 배정' 결과를 받아든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큰 상황이다. 특히 청약을 위해 달러를 환전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차손 부담까지 제기되면서 '물량 확보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느냐'는 불만과 민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전문투자자 대상 해외 IPO 판매 과정의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었으나, 이번 사태 이후 공모주 미배정 경위와 관련 사실관계도 함께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량 미배정 사태 앞에서 악화된 투자자 심리를 달래는 동시에, 당국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피력하려는 방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상 규모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의 법적 책임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투자자가 원금을 손실 본 것이 아닌 증거금 전액을 돌려받은 상황인 데다,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 역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사전에 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장 광고'나 '투자자 기망' 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법적인 배상 의무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해외 IPO의 배정 무산 가능성은 통상적으로 충분히 고지되므로 법적 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이슈는 아니다"라며 "바꿔놓은 달러로 상장일에 스페이스X 주식을 샀다면 오히려 수익 구간일 수도 있어 무조건 환차손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상은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 조항을 피해 도의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감정 달래기용' 일괄 현금성 보상일 가능성이 높아, 실제 보상 규모는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향후 보상안의 구체적인 수위는 진행 중인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최종 조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 결과에서 미래에셋의 설명 의무 위반이나 기망 여부 등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보상의 명분과 근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금전적 보상과 관련해서는 내부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인 사항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향후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공모주 판매 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외에도 향후 앤스로픽 등 대형 해외 기업들의 IPO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사례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 장치와 판매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와 당국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