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2대주주' 된 한화그룹…“무력시위에 가까운 지분 확대”
입력 2026.06.17 13:51|수정 2026.06.17 13:52

한화, 연내 KAI 지분 12% 올린단 목표
'통합론' 앞세우며 존재감 키우련 의도
시장선 한화의 무력시위에 가깝단 평가도

  •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대 주주에 올랐다. 한화는 추가 지분 매입 계획까지 밝히며 장내에서 보유 지분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판 스페이스X' 구축 필요성을 앞세워 투자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기존 대주주들을 압박하는 무력시위에 가까운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16일 KAI 지분을 9.04%까지 끌어올리며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KAI 지분 매입에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이 모두 실행되면 한화 측 지분율은 12%를 웃돌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 5월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8% 안팎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반년 가까이 앞당겨 달성한 데 이어 추가 매입 계획까지 내놓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공격적인 지분 매집을 두고 결국 자력으로 최대주주 지위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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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분 확대 과정에서 한화가 지속적으로 양사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확대 목적에 대해 "대한민국 안보 증진과 우주 항공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국내 우주·항공 시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중복 투자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화의 발사체·위성 역량과 KAI의 완제기·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해야 '한국판 스페이스X'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최대주주를 향한 무력시위에 가깝다는 표현도 거론된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KAI 매각이 추진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 국책은행이 보유한 핵심 자산인 만큼 정책적 판단도 뒤따라야 한다.

    공식적인 논의에 진전이 없음에도 한화는 양사 통합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화의 행보가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 임직원과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절차 없이 양사 통합 필요성을 앞서 제기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분을 조용히 사들이는 것과 '한국판 스페이스X'를 내세워 공개적으로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기업의 이해관계를 국가 산업 재편의 명분으로 포장해 시장과 정부를 설득하려는 절차로도 비칠 수 있는데,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KAI는 내부 정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수개월간 공석이던 대표 자리에 지난 3월 김종출 대표가 취임했고, 이달부터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고정익·회전익 등 사업별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사업관리와 개발 기능 중심으로 부문을 재편했다. 기능이 분산되거나 중첩돼 책임성과 효율성이 떨어진 점을 개선하고 있다.

    한 임직원은 "내부정비에 들어간 시점에 한화의 이러한 행보는 좋게 보기 어렵다"며 "KAI 노조의 주장과 별개로 봐도 회사 내부에서는 한화 영향권에 들어갈 경우 업무 강도와 조직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준공기업 성격이 강한 KAI의 사내문화와 방산업계에서도 강한 조직문화로 알려진 한화그룹이 잘 융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한화가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이사회 진입일 텐데 그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한화와 KAI는 협력 관계이면서도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다. 경쟁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해상충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이후 안전관리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공격적인 지분 확대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고 수습과 안전 대책 마련이 우선인 시점에 대규모 투자 계획과 산업 통합론을 앞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