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PO 참여 불가능해지나'…'투자자 보호' 명분 아래 쌓이는 불만
입력 2026.06.18 07:00

스페이스X '0주 배정' 후폭풍…해외 IPO 참여 구조 도마 위
"수요가 곧 협상력"…청약 규모 축소 배경 두고 업계 우려
오픈AI·앤트로픽 IPO 앞두고 "한국 투자자 또 소외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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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페이스X '0주 배정' 사태 이후 증권가의 관심은 과연 국내 투자자의 해외 기업공개(IPO) 참여 구조가 현 규제 체제 내에서 가능한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미래에셋증권에 최종 배정 물량을 주지 않은 사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규제로 인해 국내 청약 규모가 축소된 것이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10일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와 기관을 대상으로 총 5억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서류에는 미래에셋증권에 클래스A 보통주 231만4815주(공모가 기준 약 3억1250만달러)가 배정되는 것으로 기재됐지만, 골드만삭스는 상장을 불과 수시간 앞두고 최종 판매 가능 물량이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했으며, 미국 IPO 제도상 대표주관사의 배정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만큼 별도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최종 배정 결과와 별개로 국내 청약 과정에서의 제약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후반대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대규모 청약 자금이 일시에 달러로 환전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국내 청약 규모가 당초 기대보다 상당 부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투자자들에게 "신청액수의 30% 수준만 배정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이 추진했던 상장일 매매 방안까지 무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예탁결제원 입고 절차가 완료되는 상장 후 2영업일 뒤에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직후 며칠간 주가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주관사와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청약 당시 미래에셋증권에선 상장 당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는데, 갑자기 2거래일 후인 예탁결제원 입고 후에야 거래가 가능하게 바뀐 건 당국 개입 외에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국내 주식을 관리하기 위한 예탁 규정을 해외 IPO주에 무리하게 적용해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청약 주관사인 미즈호증권은 일반 개인투자자까지 청약을 받으며 약 62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청약이 진행된 국내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같은 초과수요 환경에서도 일본에는 물량이 배정되고 한국에는 배정되지 않은 배경에 수요 규모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청약 규모 조정 과정의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시장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모집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ECM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창구지도만으로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명문화된 규정이 없더라도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충분한 규모의 수요를 모을 수 있었다면 글로벌 주관사 입장에서도 한국 트랜치를 쉽게 축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스페이스X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가 신디케이트에 참여하더라도 국내 투자자 배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는 공시 규제 부담이 크고, 전문투자자 중심 청약마저 외환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제약을 받을 경우 한국 투자자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 IPO 특성상 당국의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 조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후반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대규모 달러 환전 수요가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당국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변수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청약 규모 축소와 상장일 매매 제한 등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접근성을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공모주 미배정 사건이 아니라 한국 투자자의 해외 IPO 접근성을 둘러싼 제도적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오픈AI, 앤트로픽 등 대형 해외 IPO가 이어질 경우 이번 사례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글로벌 IPO 시장에서는 수요가 곧 협상력"이라며 "이번 사례가 반복되면 향후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대형 IPO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