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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이 한층 냉각되고 있다. SLL중앙 투자금 회수 문제와 메가박스중앙 회생, 신규 스튜디오 개발사업 수익성 우려 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그룹 유동성 위기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의 투자 논리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그룹 사태는 단순히 JTBC와 콘텐트리중앙의 유동성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그룹 내 핵심 콘텐츠 자산인 SLL중앙이다. SLL중앙은 지난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조원 이상 기대를 받았다.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환경 악화로 무산됐고, 골드만삭스를 통해 경영권 매각까지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SLL중앙이 사실상 그룹 내 마지막 핵심 자산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기존 투자자와 채권자 상환에 상당 부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콘텐츠 기업 가운데서도 SLL중앙은 괜찮은 사례로 평가받았는데, 이마저도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 확인됐다"며 "콘텐츠 투자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콘텐츠 산업 자체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콘텐츠 기업 초록뱀미디어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최근 기존 콘텐츠 사업 외에 안정적인 현금창출 사업을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캐피탈은 2024년 약 1800억원을 투입해 초록뱀미디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후라이드참잘하는집(후참잘) 등을 계열 내에 편입했다. 최근에는 후참잘에 볼트온할 F&B 매물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다"며 "콘텐츠 기업도 결국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사업을 함께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의 회생은 극장 산업 재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부터 통합을 추진하며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사는 UBS를 주관사로 선정해 사모펀드로부터 최대 40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시도했으나 원매자를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통합 논의 자체를 정책금융 지원과 투자유치를 위한 자구책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양사 모두 수년째 업황 부진에 시달리며 잠재 매물로 거론돼 왔지만 투자유치가 잇따라 불발됐고, 메가박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기존 통합 논의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투자업계에서는 메가박스가 향후 회생 M&A 형태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역시 독자 생존 방안을 마련하거나, 롯데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유치가 번번이 무산된 것은 결국 영화관 산업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메가박스 회생 이후에는 통합보다는 자산 재편이나 회생 M&A 논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황 둔화는 신규 개발사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CJ그룹이 참여하는 파주 온에어 스튜디오 개발사업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일부 시설 장기 임차를 약정한 상태로, CJ대한통운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고 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콘텐츠 제작 감소와 투자 위축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신규 스튜디오 공급 확대가 예상보다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전후 착공한 개발사업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콘텐츠 산업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스튜디오 사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중앙그룹 사태를 특정 기업의 유동성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한때 IPO와 경영권 매각, 프리IPO 투자 유치의 단골 소재였던 콘텐츠 기업들이 이제는 성장성보다 회수 가능성부터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OTT 중심 시장 재편과 광고시장 침체, 제작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도 글로벌 확장성과 IP 가치보다는 현금창출력과 차입 부담, 투자금 회수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그룹 사태는 미디어·콘텐츠 기업도 결국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무구조를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의 자금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