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FOMC·高환율에도 코스피 장중 9000...반도체'만' 올랐다
입력 2026.06.18 14:23

워시 체제 첫 FOMC에 원·달러 1520원대…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세
하이닉스 또 사상 최고가, 마이크론 거래도 급증…대형 반도체株로 집중

  • 매파적으로 해석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강달러 부담에도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장중 9000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고 삼성전자도 보름만에 다시 35만원선을 넘어선 덕분이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의 8배에 달하는 등 극심한 편중을 보인 것이다. 코스닥도 3%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다시 1000선 초반으로 밀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장중 9040선까지 오르며 9000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8000선을 돌파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지수 상승과 달리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약했다. 코스피 상승 종목은 100여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800개를 웃돌았다. 코스닥도 2%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상승 종목은 210여개에 불과했고 하락 종목은 1470개를 넘어섰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장세를 떠받친 것은 반도체였다. SK하이닉스는 장중 270만1000원까지 오르며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2% 이상 상승하며 35만원선에서 거래됐다. SK스퀘어는 6%대, 삼성전기는 9% 안팎 상승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기대가 겹치며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강세의 배경에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기대가 꼽힌다. 인공지능(AI) 서버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주요 세트 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오히려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용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전날 마이크론 거래량이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처음으로 스페이스X 거래량을 웃돈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까지 글로벌 투자자 관심이 스페이스X 등 신규 대형 상장주에 쏠렸다면, 다시 메모리 반도체로 수급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은 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중공업, 기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B금융 등 대형주 상당수가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간밤 미국 증시는 FOMC 부담에 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8%, S&P500지수는 1.21%, 나스닥지수는 1.34% 하락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첫 FOMC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목표 달성 의지와 점도표·포워드가이던스 재검토 등이 부각되며 매파적으로 해석됐다.

    워시 의장은 물가가 여전히 2% 목표를 상당폭 웃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신호는 주지 않았다. 대신 성명서 간소화, 포워드가이던스 제거, 점도표 시스템 재검토, 커뮤니케이션·대차대조표·데이터·생산성·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관련 태스크포스(TF) 설치 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를 금리 결정 자체보다 새 연준 체제의 정책 운영 방식 변화를 예고한 자리로 받아들였다.

    이에 외환시장 부담도 이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6원 오른 1525.00원에 개장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여전히 152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간밤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3bp 넘게 오르고 달러인덱스가 0.85% 상승한 영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장세를 순환매보다 주도주 압축 국면으로 보고 있다. 매파적 FOMC와 강달러,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실적 가시성과 글로벌 수요가 확인되는 반도체로만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FOMC가 매파적으로 해석됐고 환율 부담도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결국 이 환경에서도 실적을 설명할 수 있는 업종을 찾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AI 메모리와 HBM, MLCC 등 반도체 밸류체인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