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여전사 '해외 조달' 러시…환헤지 '양날의 검'
입력 2026.06.19 07:00

연 4%대 여전채 '고금리 쇼크'…조달 다변화로 활로 모색
'우량 자산 담보' 해외 ABS 러시…여전채 금리 상승 '우려'
금리 상승에 국내 장기물 매수 실종…'해외 우회' 고육지책

  • 금리 상승 우려에 국내 여전채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이에 여전사들은 고금리 차환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조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경우 환율 부담과 환헤지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결국 '양날의 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전채(금융기관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2% 선을 상회하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4%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의 크레딧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하나, 우리, 현대, 신한, KB국민, 삼성)의 올해 1분기 회사채(여전채) 조달 비중은 평균 73.7%로 집계됐다.

    그간 여전채는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를 포함한 여전사의 주요 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은 여전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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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여전채 금리 상승에 따라 각 사의 자본 완충력과 규제 환경에 따라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여전채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하나카드(84.1%)와 장기물 차환을 확대한 우리카드(79.9%) 등이 국내 공모 시장의 직접적인 조달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는 회사채 비중을 62.4%까지 대폭 축소하고 레버리지 비율은 3.7배로 낮게 유지하며 독보적인 자본 완충력을 입증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등은 자산 방어를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해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롯데카드의 실질 레버리지는 7.9배로 규제 한도인 '8배' 수준에 근접해 조달 유연성이 제약된 상태다.

    이에 카드사들은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외화채권 발행 등 해외 채권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2억5000만 달러 규모 해외 ABS 발행에 이어, 변동금리부채권(FRN) 구조의 대만 포모사본드를 미화 4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며 조달처를 넓히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2억 달러 규모의 해외 ABS 발행과 함께 지난달 4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역시 ABS와 외화채권 시장 조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달 환경 변동성이 심화될 때는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조달 조건의 유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해외 ABS 발행 등을 통해 적시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회사 전체의 재무 안정성이 보강되므로, 원화 여전채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채권시장은 통상적으로 국내 시장보다 투자 기반이 넓어 지역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해외 ABS의 경우 카드 신용판매대금이나 우량 카드론 채권 등 '알짜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기 때문에 여전채 대비 낮은 금리로 조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채권시장 공략이 즉각적인 금리 절감 효과를 주더라도, 카드사들이 구조적 특성에 따른 명확한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ABS 발행으로 우량 자산을 유동화 전문회사(SPC)에 담보로 가당 잡히는 유동화 방식이 과도해질 경우, 남은 부실 위험 자산의 비중이 커져 일반 원화 여전채 투자자들의 '구조적 후순위화' 우려를 자극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는 향후 국내 일반 여전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자극해 장기적으로 카드사 자체 회사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발행 구조도 일부 카드사에게는 부담이다. 해외 ABS는 담보 자산을 묶고 SPC를 설립하는 등 구조가 복잡하며, 발행을 위한 실사 및 주관사 수수료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외화채의 경우 고환율 시기 환헤지 비용이 문제다. 채권 자체의 액면 금리가 낮아 보이더라도 통화스왑(CRS) 가산금리와 환헤지 비용을 모두 합산한 '최종 비용'을 고려해 실익을 따져야 하는 만큼, 조달 포트폴리오 구성 시 장·단기물 보유 비중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카드사의 해외 조달 관련 리스크에 대해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한 자산운용업계 크래딧 연구원은 "해외 ABS 발행 확대로 인해 무보증 여전채의 실질 담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하다"면서도 "현재 카드사들의 총차입금 내 ABS 발행 잔액 비중이 여전채 금리 자체를 끌어올릴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치본드나 포모사본드 등 외화채권 발행에 대해서도 장기 자금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달처 다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금리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많이 오르고 선반영 됐다"며 "실제로 변동성 리스크 때문에 평균적으로 만기가 2~3년에 달하는 장기 카드채의 시장 매력도는 매우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변동성 장세 속 조달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카드는 '장기차입금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영'과 '만기 분산'이라는 핵심 차입 관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급격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하더라도 시계열 분산을 통해 개별 시점의 차환 압박이 몰리지 않도록 사전에 제어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외 투자 수요가 급변하자 대외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글로벌 조달 다각화를 일시 가동했던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기존과 같이 카드채 등 장기차입금의 조달 비중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