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너도나도 슈퍼앱…'철벽' 치는 소비자
입력 2026.06.19 14:27

취재노트
슈퍼앱 앞세운 '머니무브 생존방정식'…소비자 반응은 '글쎄'
'원스톱' 외쳐도 여러 앱 전전…피로감 키운 '금융 유니버스'
"무늬만 슈퍼앱?"…속도 최적화·민첩한 VOC 반영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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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머니무브'다. 증시는 출렁이고 금리 등 거시경제 변동성은 늘어나며 금융사는 고객 자금의 간택을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

    고객 유치 경쟁 과열 국면에서 주요 금융그룹이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보다 '시너지'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자금 락인(Lock-in)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슈퍼앱(통합 앱)은 이와 같은 금융 계열사 시너지 전략이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각 계열사의 서비스를 단순히 연계하는 것을 넘어, 업무 자체를 통합해 고객의 '원스톱 금융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슈퍼SOL(쏠)'과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 등이 슈퍼앱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양사 모두 계열사 앱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그룹사 모든 업무를 하나의 통합 앱에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한 슈퍼쏠'이 지난 17일 첫 선을 보인 'SOL LINK' 서비스는 하나의 계좌에 은행 예금과 주식 투자 가능을 결합해 자금 이동 관련 서비스 장벽을 대폭 낮췄다. 머니무브의 흐름을 내부에서 '교차 판매'로 흡수해 그룹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묘수인 셈이다.

    다만, 금융권의 이와 같은 장밋빛 청사진의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앱을 사용하는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가 도리어 소비자 피로감을 극대화하는 역설을 낳았기 때문이다.

    삼성 모니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출범한 모니모는 4년째 앱스토어 리뷰나 금융소비자 커뮤니티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러 기능이 통합되면서 앱 구동 속도 저하와 복잡해진 UI·UX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완전한 통합을 통해 '금융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기존 앱 종료 이후에도 '카케어 서비스' 등 특정 서비스는 별도 앱을 통해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 고객이 아니어도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 삼성화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보험 업무 등 일부 금융 영역은 온·오프라인 업무와 PC·모바일 업무가 구조적으로 분리될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현실적 한계도 작용한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합 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러 앱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권의 슈퍼앱 전환은 최근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에서 불고 있는 '리번들링' 트렌드와 유사하다. 동남아의 '그랩'이나 영국의 '레볼루트' 사례처럼, 공급자 중심의 파편화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단일 금융 세계관'을 구축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인 셈이다.

    문제는 해외 슈퍼앱과 국내 금융권 슈퍼앱이 체질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럽의 인터넷은행으로 자리 잡은 영국의 레볼루트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를 기반으로 지난 2019년 당시 매주 수차례 앱을 업데이트하며 소비자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한 바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 슈퍼앱은 겉으로는 '디지털 혁신'을 외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형 계열사들의 레거시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 붙인 '무늬만 슈퍼앱'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느린 구동 속도와 더딘 피드백 반영이라는 한계가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되려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슈퍼 쏠' 업데이트를 통해 '앱 가동 속도 개선'과 '소비자 거버넌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국내 슈퍼앱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시스템 비대화로 인한 속도 저하를 잡기 위해 1년 이상 최적화 개발에 공을 들였고, 향후 고객의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의 설명이다.

    다만, 삼성 모니모가 완전 통합에 4년의 시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신한 슈퍼 쏠' 출시 후 진정한 '원앱'만 남기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보수적인 금융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는 글로벌 핀테크 수준의 민첩한 업데이트 주기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모니모의 사례는 각 계열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거대한 시스템을 단순히 한 그릇에 담아내는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금융권 슈퍼앱'이 구호로 끝나지 않으면 시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근본적 기술 개선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토스가 최초 앱 구동 시간을 1초 줄이기 위해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자했다는 건 개발쪽에서 유명한 이야기"라며 "단순히 하나의 앱에서 다 된다가 아니라, 이미 상당수준 높아진 사용자들의 유저경험(UX)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투자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