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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사이 자금 지원 주체를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금융) 지원을 요구했으나 메리츠금융그룹은 2000억원의 절반인 1000억원만, MBK파트너스의 보증이 전제될 경우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회생보다 청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 지원에 대한 실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 사이 자금 지원 주체를 넘기는 사이 홈플러스 청산 시계만 빨라지고 있다.
메리츠 "책임 채권자에 넘겨" vs MBK "왜곡·축소"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홈플러스에 대한 DIP금융 지원을 결정했으나 MBK파트너스의 보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도 동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사실상 1000억원만 지원하는 점을 두고 자금 지원 의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대해서도 회생절차 기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MBK파트너스 역시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의 DIP금융 지원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원금 회수는 물론 추가 수익이 가능한 최대채권자로서 금융지원을 하라"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자금 지원 주체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의 갈등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각각 최대주주이자 최대채권자로서의 책임을 도구 삼아 자금 지원 결정을 넘기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DIP금융 지원을 결정하면서도 MBK파트너스의 운용 성과 등을 고려했을 때 홈플러스에 더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피력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을 보유해 온 MBK파트너스야말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 "MBK파트너스는 투자 성과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와 함께 향유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따른 부담은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진정으로 홈플러스의 회생을 원한다면, 입장문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간청하는 2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을 신속하게 집행해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미 회수한 2561억원의 원리금과 함께 1조5600억원의 대출 원리금도 회수해 5161억원의 추가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금 지원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사이에 두고 공방을 이어갔던 것은 앞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자금 지원을 비롯한 자구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을 때도 연출됐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홈플러스에 수천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등의 계획을 밝혔고, 지원 주체, 집행 방식 등은 없었으나 홈플러스 매각이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후 MBK파트너스의 자금 지원 계획 규모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하는 한편, "(MBK파트너스가) 최소한의 증여만 하고 싶단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또 "MBK파트너스의 지난 20년간 경영 실패의 결과를 죄 없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거나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사모펀드의 폐해"라는 평가를 가감 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이랬던 메리츠금융그룹으로서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채권자들로 넘어오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상황의 진행 과정을 떠나 메리츠금융그룹이 채권자로서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만 1조3000억원 규모다.
DIP금융 지원이면 끝? 원매자 찾기도 난항
홈플러스 회생 기한을 앞두고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는 반면, 자금 지원 시 주주나 후순위 채권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점도 부담이다. MBK파트너스가 주장하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에 진퇴양난인 셈이다.
더 이상의 자금을 홈플러스에 투입하고 싶지 않은 것은 MBK파트너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홈플러스가 회생보다 청산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의 효용이 낮아진 점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부담이다.
현재로선 홈플러스에 몇천억원 남짓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회생절차를 몇개월 연장하기 위한 조처일 뿐 실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키우진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 이전에도 이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의 분리 매각에도 난항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회생절차 역시 사실상 회사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설사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을 DIP금융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이후 그럴듯한 원매자가 나타나야 실질적인 회생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원매자가 회생 기간 내 나타날 가능성은 사실상 작은 상황이다.
결국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과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거론하며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MBK파트너스는 계속해서 최대채권자의 사회적인 책임을 언급하며 자금 지원 책임을 넘기는 것이 각사에 최선인 상황이 됐다.
특히 DIP금융 지원 자체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마저 거세지고, 향후 대량실업 발생시 노동 문제 등으로도 얽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MBK파트너스도, 메리츠금융그룹도 입장문을 통해 각자의 상황을 비판하며 여론전을 끌어가려는 모습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물품 공급, 임금 지급, 대금 지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계속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최대주주와 최대채권자 모두 기업 회생의 기회를 열어두기 보다 각자의 손실을 키우지 않으려는 공방을 이어가는 난맥상인 셈이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DIP금융 지원으로 회생 기한을 일단 연장하겠다는 것인데, 자금 투입 외 명확한 원매자가 나타나야 연장의 의미가 있다"며 "청산으로 간다고 해도 60여 개 점포 처분 등의 일들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