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늘자 CP 찍는 증권사들…단기시장 수급 부담 커진다
입력 2026.06.22 07:00

증거금·신용융자 확대에 CP 발행 늘어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투자 수요 위축
장기물 조달 확대에는 신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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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의 기업어음(CP) 발행이 급증하면서 단기자금시장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주식 거래대금이 늘고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CP 발행 규모는 총 29조7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조9710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들의 단기 조달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근 증권사들의 자금 수요를 끌어올린 가장 큰 배경은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결제 이행을 위한 증거금과 예탁금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일정 규모의 증거금을 한국거래소 등에 예치해야 하는데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필요한 자금도 비례해 증가한다.

    신용거래융자 확대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고가 30조원 규모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며 지난 5월에는 36조원 수준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늘면 증거금도 늘어나고, 신용융자 잔고까지 증가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기 조달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예상보다 신용융자 증가 속도가 빨라 CP 발행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발행 물량을 받아줄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증권사 CP 시장의 주요 매수자로 꼽혔으나, 최근 투자처를 바꾸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단기 금융상품 투자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공사채, 회사채 등 2~3년 만기 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소화되던 증권사 CP 상당 부분을 SK하이닉스가 받아줬는데 최근에는 금리 메리트가 있는 중기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을 앞두고 만기가 짧은 CP를 지금 매입하기보다 금리가 오른 뒤 더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앞의 관계자는 "한 달만 기다리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굳이 지금 사야 할 이유가 없다"며 "거래대금 증가로 조달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매수 기반은 예전보다 약해진 만큼 단기시장 수급 부담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급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증권사는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A1 등급의 대형 증권사가 1일물 CP를 연 4% 수준에서 발행을 마쳤다.

    하반기 들어 대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단기 조달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일부 자금을 장기물로 전환해 만기 구조를 안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투자금융지주(AA-), 삼성증권(AA+), 미래에셋증권(AA) 등이 오는 7월 중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장기 조달 확대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거래대금 증가와 신용융자 확대가 증시 활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증권사들이 자금이 필요해 보이지만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며 "장기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이후 자금 수요가 감소했을 때 높은 조달 비용만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증권사들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