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도체 랠리의 다음 수혜처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ETF 시장에서는 아직 이를 전면에 내세운 전문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ETF로 만들기에는 국내 상장 종목 풀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최근 당국이 ETF 이름에 걸맞은 편입 종목 구성인지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테마만 앞세운 상품 출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운용사들은 최근 MLCC를 테마로 한 ETF 출시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AI 서버·전장용 MLCC 수요 확대를 담는 구조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상품화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탑재되며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과거에는 모바일과 IT 기기 수요에 민감한 부품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AI 서버와 전기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들어 600% 넘게 상승했다. LG이노텍과 삼화콘덴서 등 관련 종목도 연초 대비 350%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MLCC 수요 증가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ETF 상품화로 이어지기엔 편입할 기업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비롯해 삼화콘덴서, 아모텍, 아바텍, 대주전자재료 등 MLCC 관련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그러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의 MLCC 관련 매출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산업 성장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ETF의 핵심 편입 종목으로 활용하기에는 체급과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수 MLCC 기업만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 보니 실제 상품을 만들 경우 소재·장비·전장 밸류체인 기업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 경우 상품명은 MLCC ETF지만 실제 포트폴리오는 MLCC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종목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대형사 운용역은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외에는 산업을 대표할 정도의 체급과 유동성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자금 유입이 몰리고 있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처럼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비중을 대폭 높이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초대형주인 반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시가총액과 유동성, 산업 내 영향력 측면에서 같은 구조를 적용하기엔 변동성 측면에서 위험성이 커 어렵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ETF 심사 기조도 이전보다 엄격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는 ETF 상품명에 담긴 산업·전략·테마가 실제 기초지수와 편입 종목에 적절히 반영됐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처럼 시장 관심이 높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관련성이 낮은 종목을 함께 편입하는 방식은 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MLCC 관련 종목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재·장비·전장 기업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상품명과 실제 포트폴리오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AI 서버와 전장 시장 확대에 따른 MLCC 수요 증가에는 업계 이견이 크지 않지만 이를 ETF 형태로 구현하기에는 국내 상장 기업 저변과 종목 체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MLCC 시장 전망 자체에 대해서는 업계 이견이 거의 없다"며 "다만 ETF는 특정 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분산투자 상품이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 상장사 구조만으로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형태의 MLCC ETF를 구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