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워크아웃 졸업한 SK하이닉스, 어떻게 삼성전자 추월했나
입력 2026.06.22 16:01|수정 2026.06.22 16:07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보통주 제치고 1위
레버리지 ETF·ADR까지…자금 유입 본격화
내달 ADR 상장 거치면 변동성 더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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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졸업한지 21년여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지난 26년 동안 삼성전자(보통주 기준)가 지켜온 왕좌가 바뀌게 된 것이다. 

    22일 오후 12시 42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15% 상승하며 시총 2086조7925억원을 기록, 코스피 1위에 올랐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 보통주 시총은 2084조19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장 직후 양사 시총 격차가 20조원 안팎으로 좁혀지다가 오후 들어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5.61% 오른 291만9000원, 삼성전자 주가는 0.14% 하락한 35만3500원에 각기 마감했다.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은 2080조3782억원, 삼성전자 보통주 시총은 2066조6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삼성전자 전체 몸값이 여전히 SK하이닉스를 200조원 안팎 앞선다. 그러나 코스피 시총 1위가 뒤바뀐 장면을 두고 여러 분석들이 오르내린다. 2005년 7월, 하이닉스반도체가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고 여러 부침 끝에 SK그룹 품에 안기기까지 과거를 감안하면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은 탓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장중 회사 몸값에 대한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기업 시총은 주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해서 산출하는 것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주식 가치의 전체 합계를 의미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1999년 7월 29일 처음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총 1위를 기록한 뒤 한 차례도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 우선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수급 환경이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 양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동시에 출시됐으나, 내달로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일정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수급의 무게추가 SK하이닉스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직접 담지 못해 대안으로 미국 마이크론을 매수해온 글로벌 기관 자금들이 ADR을 앞두고 SK하이닉스 선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레버리지 ETF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에 글로벌 수급 이벤트까지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의 랠리에만 탄력이 붙는 국면이 펼쳐진 셈이다.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왕좌는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 서사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아직도 앞서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생산)나 디스플레이 외 모바일, 가전 등 세트 사업으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삼성전자는 순수 메모리 업체보다 업황 변화를 주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도 계속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파운드리를 내재화한 삼성전자의 경쟁 우위를 점치는 분석이 늘었지만, 아직은 전체 물량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이나 이익 규모가 더 크다"라며 "더군다나 ADR로 미국 현지 자본시장에 문호까지 개방했으니 SK하이닉스가 먼저 마이크론을 대체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삼성전자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레버리지 ETF와 ADR 상장 모두 거래량과 수급 유입을 확대하는 요인인 만큼, 향후 같은 이유로 주가가 오르내려도 SK하이닉스가 더 크게 오르거나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 거래량에서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한 데다, 글로벌 기관들의 ADR 상장 대비 수요가 겹치며 실적 전망치를 상향할 때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한층 더 가파르게 반응한다"라며 "ADR 상장 이후에는 변동성이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계속해서 시총 1위를 유지하기는 힘들 거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2분기 각각 87조원, 63조원 수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기, 연간을 막론하고 내년까지 실적 규모와 전반적인 시장 지배력 면에서 삼성전자의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시적으로는 시총 순위가 요동칠 수 있어도, 결국 삼성전자 보통주 역시 실적에 부합하는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란 얘기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가는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같은 기간 엔비디아(약 100조원)의 뒤를 잇는 세계 2위권의 대기록"이라며 "단기 수급 쏠림 현상을 걷어내고 보면 결국 삼성전자가 대장주로서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