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롯데렌탈 인수전 완주할 수 있을까
입력 2026.06.23 07:00

기업결합엔 문제없고 자금 여력도 충분
'롯데 vs 원매자'간 가격협상이 관건
대미 투자에 1.7조 M&A까지? 주주반발은 변수
조현식 고문과 끝나지 않은 '형제의 난'
인수 추진 과정서 암초 만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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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이하 한국타이어)은 롯데그룹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중인 롯데렌탈 인수를 검토중이다. 현재로선 여러 원매자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내부적으론 그룹의 외연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은 롯데렌탈의 전신인 KT렌탈 M&A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전례가 있는만큼 렌탈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원매자인 롯데그룹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는 조현범 회장이 구속 수감돼 있는 탓에 빠르고 적극적인 의사결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재 진행형인 '형제의 난'은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매각주관사는 롯데렌탈의 연내 매각을 위해 주요 원매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타이어는 매각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의 롯데렌탈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에 가로막혀 무산된만큼 기업결합과 관련한 문제의 소지가 없는 후보군을 추려 태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주가(약 2만9000원) 수준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어피니티가 인수를 추진했던만큼 당장 가격 수준을 낮출 의향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어피너티는 구주(56.2%) 인수 금액을 주당 약 7만7115원으로 책정했고 신주발행을 합쳐 약 1조7847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 거래 성사의 키워드는 롯데그룹과 원매자의 가격협상 여부이다"며 "이번 거래를 추진중인 롯데그룹 내 실무진들이 과거의 매각 금액을 낮춰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재가를 다시 받기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 또는 핵심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재무여력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앤컴퍼니는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1600억원 수준이지만, 부채비율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차입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 이하 규정을 지켜야하고, 자본총액의 2배가 넘는 부채를 보유할 수 없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자본총액은 약 2조7000억원, 부채는 약 3400억원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현재는 약 2조7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재무상태를 비쳐볼 때 과거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던 것처럼 조현범 회장이 결단을 내린다면 인수를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주들의 반발은 변수가 될 수 있단 평가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미국 테네시공장, 유럽 헝가리공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글로벌 생산기지에 다양한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지출이 불가피하다.

    내년엔 약정에 따라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소수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이 역시 수천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국타이어를 향해 주주환원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 및 M&A로 환원 여력이 줄어드는데 따른 반발을 예상해 볼 수 있단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한국타이어와의 시너지 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다"며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한온시스템에 이어) 또 한번의 M&A를 추진하게 된다면 주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씨가 살아있는 조현범 회장과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의 형제간 분쟁은 또 다른 변수다. 조 회장이 만기 출소하는 9월부터 양측의 공방이 다시금 불붙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은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보다 감정의 골이 훨씬 더 깊다"며 "분쟁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쪽 모두 소송전을 펼쳐 상대방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현식 고문은 현재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 소액주주들의 구심점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조 고문은 2023년에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부터 줄곧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조현범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조 고문은 올해 한국앤컴퍼니 정기주주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 주주결집을 시도했으나 제안한 안건들은 가결되지 못했다. 

    오는 9월엔 집중투표제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조 고문 측에서 임시주총을 소집해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이사의 수 한도는 15명인데, 현재는 8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만 선임돼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이사회의 정원을 줄이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조현범 회장과 우호지분은 약 47%, 조현식 고문과 주주연대의 지분율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주총결의 무효소송과 보수반환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이 진행중인데 결과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더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도 있다.

    내부적으로 거버넌스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를 강행한다면 조 고문 측의 반발을 비롯해 뜻밖의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그룹 차원에선 조 회장이 돌아와 경영권 분쟁상황을 정리한 이후 롯데렌탈과 같은 대형 M&A 또는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가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게 맹점이다. 

    만약 어피너티가 보유한 SK렌터카가 M&A 시장에 등장한다면 원매자들의 집중도는 떨어지며 투자자들은 손익 계산이 분주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상장회사를 M&A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해야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롯데렌탈 매각 작업이 지난하게 흘러가고, 그 사이 법안이 통과한다면 가뜩이나 가격부담을 느끼고 있는 원매자들의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롯데그룹엔 빠른 거래 진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