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를 '증권사 악마화'로 덮으려는 금감원장
입력 2026.06.23 14:24|수정 2026.06.23 14:25

Invest Column
증권사를 '도박판에서 뽀찌 뜯는 사람'으로 비유
'이득 적고 부작용 커' 도입 전 증권가는 심드렁
'환율 잡겠다'며 5개월만에 졸속 도입 후 '책임 전가'
변동성에 더 취약해진 증시...'남탓보단 보완점 논의해야'

  • "매매 수수료를 5조원에서 10조원, 시가총액의 많게는 70%까지 수수료를 내시는 겁니다."

    "저는 배가 아프더라고요. 뭐가 아프냐면 증권사 배불리는 결과만 초래하는 부분이..."

    "부적절한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꼭 도박판에서 뽀찌 뜯는 사람들이 제일 돈을 많이 벌잖아요."

    22일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쏟아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발언들이다. 발언이 시장에 전해진 뒤 증권가는 격앙된 모습이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부작용이 현실화했는데, 그 책임을 증권사에 떠넘기는 '면피성 발언'만 내놓았다는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은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금융당국 주도로 도입된 상품이다. 

    지난 1월 13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주요 증권사ㆍ운용사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언급됐고, 이후 불과 보름만인 30일 상품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4월말 해당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만에 레버리지 ETF의 거래가 시작됐다. 처음 화두가 된 지 불과 5개월만의 일이었다.

    금감원장이 인정했듯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환율 관리' 목적이 컸다. 정부는 그간 환율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지목해왔다. 투자 자본의 국내 복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국내복귀계좌(RIA)와 더불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내세운 것이다. 명분은 '국내-해외 ETF간 비대칭 규제 해소'였다.

    처음부터 증권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난해 10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지만, 이로 인해 홍콩으로 유출된 국내 개인 자금은 5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환율 안정에 기여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달러 순매수 수요는 4월 순매도로 역전됐지만, 이후에도 원달러환율은 계속 올라 1500원을 돌파했다"며 "서학개미가 고환율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현상 인식과 이를 해소하려는 조급함이 졸속 정책을 낳았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레버리지 상품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는 말 그대로 불 보듯 뻔했다. 

    당장 지난 2020년 5월 원유 관련 2배 ETFㆍETN의 대폭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며 도입된 게 사전 교육 의무화와 기본 예탁금 1000만원 규제였다. 당시 ETN 중 레버리지 상품 거래 비중은 96%에 달했다. 앞서 고(高) 레버리지 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규모가 세계 2위까지 치솟았던 2010년에도 ELW 시장 내 개인투자자 비중은 99%에 달했다.

    미국 투자가 열풍이던 시절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쏠림은 선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형 레버리지 보유 잔액이 23조원에 달했다. 나스닥 3배 ETF(TQQQ)의 순자산 기준 한국인 보유 비중은 11%, 반도체지수 3배 ETF(SOXL)의 보유 비중은 25%에 달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 후 일주일만에 금융위가 긴급 점검 회의를 열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예측했다면 무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박판의 악당에 비유당한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증권사들은 ETF 매매 증가로 인해 교육세 등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연간 수백억원의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다. 증권사들은 원활한 거래 지원을 위해 유동성공급자(LP)로 나서 매수와 매도 양쪽에 호가를 공급한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 포지션에서 수익이, 매도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현재는 손실은 무시하고 수익에 대해서만 최대 1%의 교육세를 납부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 출시 첫날 한 대형증권사에서만 20억원 규모의 교육세 납부 의무가 발생했고, 현재도 LP 업무를 보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하루 1억~2억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수 매도 손익을 통산해 세금을 부과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황이지만 아직 진척은 없다.

    증권사들은 한 목소리로 '브로커리지에서 매매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는 건 맞지만, 수수료 증가가 곧바로 순이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실적 대호황과 맞물려 '증권사에도 횡재세를 물리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국 증시를 외부 충격에 훨씬 취약한 곳으로 만들었다. 

    레버리지 ETF로 매수세가 몰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선물이 고평가됐다. 이에 따라 선물 매도ㆍ현물 매수 차익거래가 활발해지며 기관 매수가 반도체주로 쏠렸다. 이는 최근 반도체주만 급등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반대로 선물이 빠지면 차익거래가 해소되며 대규모 현물 매도세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코스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전체 시총의 60%를 차지하므로, 이 변동성은 코스피 전체에 골고루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두 종목이 하락하며 지수가 밀리면 다른 종목에서도 바스켓 매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면 어떻게 보완을 해 나갈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되는데, 갑자기 '증권사들만 돈을 벌었다'며 '욕받이'를 소환했다"며 "정책의 비일관성과 자본시장 구성원을 경시하는 태도 역시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장벽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