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어 근로자 추정제 입법 속도…배민·보험사 매물도 영향권
입력 2026.06.24 07:00

법안 국회 계류…하반기 노동 입법 핵심 과제
플랫폼·보험 등 특수고용직 활용 업종 영향권
"실사·협상 변수 될 수도"…M&A 시장도 촉각

  •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들이 주목하는 다음 노동 이슈로 근로자 추정제가 떠오르고 있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인 만큼 플랫폼, 보험, 골프장 등 특수고용직 활용도가 높은 업종의 비용 부담과 노사 분쟁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입법이 현실화될 경우 관련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과 인수합병(M&A) 실사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정혜경·이용우·박홍배·김태선·정청래·김주영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정부 입법안의 기반이 되는 안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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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노동계 안팎에서는 하반기 들어 관련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국정과제를 통해 노동자 추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하반기 노동 입법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근로자 추정제가 노란봉투법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논의돼 온 사안인 만큼 입법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는 당초 노동절을 전후해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당시에는 소상공인 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돼 속도 조절이 이뤄졌다"며 "다만 내부적으로는 하반기 중 반드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 차원의 논의도 진행 중이며 소상공인 의견 수렴도 병행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역시 장관을 중심으로 입법 지원에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근로자 추정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노무제공자를 우선 근로자로 인정하고, 사업주가 해당 종사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제도 도입 시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넘어간다. 즉, 제도 도입 시 기업은 노사 분쟁 과정에서 해당 종사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확대했다면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자'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지만, 경영계는 노무관리 부담과 잠재 법률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관련 입법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보험사 등 특수고용직 활용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향후 인건비 부담과 잠재 소송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 기업 상당수가 현재 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대형 거래 대상이라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관심도 높다.

    업계에서는 입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이를 직접적인 리스크로 반영하기 어렵지만, 실사 과정에서 노동 리스크를 점검하는 주요 항목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 중 입법이 가시화되거나 제도 도입이 확정될 경우 인건비 증가 가능성과 잠재 소송 부담 등이 주요 경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노사 문제는 M&A 거래에서 인수자가 반드시 점검하는 핵심 리스크 요인 중 하나"라며 "근로자 추정제는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단계여서 실제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불확실성이 크고, 현재로서는 리스크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실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지방선거 이후 정년 연장과 근로자 추정제 등 주요 노동 현안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긴장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년 65세 연장 입법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에 이어 정년 연장, 근로자 추정제 등 노동 관련 입법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최근 근로자 추정제와 일터 권리 보장법 등 노동 입법 동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변화가 기업의 인사·노무 전략뿐 아니라 투자와 M&A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