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보통주' 시총 1위 내준 날, 삼성전자가 보여준 '조바심'
입력 2026.06.24 07:00

Invest Column
입장문 통해 "우선주 포함하면 여전히 1위"
하루만에 주가 급락에 순위 뒤바뀌어 무색
조바심 보다 실력으로 '1위' 입증해야

  • 지난 6월22일, 보통주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왕좌를 내줬다. 25년여 만의 변화다.

    반도체 패권의 이동을 상징하는 이 사건 당일, 삼성전자에선 두 가지 장면이 연출됐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 공시, 그리고 시총 규모엔 우선주를 합산해야 한다는 회사 측의 항변이다.

    이원진 삼성전자 TV담당 사장이 이날 3000주의 자사주를 장내 매도했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사실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법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이다. 그 규모가 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보통주 기준으로 시총 1위를 빼앗긴 당일, 경영진이 매도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은 시장에 불필요한 신호를 보냈다.

    본의와 관계없이 시장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를 '내부자조차 현재의 주가와 기업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징후로 해석한다.

    2021년말에서 2022년 초,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하락하던 시기 일부 경영진들의 매도가 시장의 신뢰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가 필요했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매도는 주주 가치 제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주가가 반등하던 2024년 상반기에도 경영진들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땐 '고점 인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부자가 파는 주가는 매도 신호"라는 인식이 재확인된 사례였다.

    비슷한 시각,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엔 우선주를 포함해야 하고 그 기준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시총 1위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은 "최근 삼성전자 시가총액 관련 기사에 부정확한 수치가 인용됨으로써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출입기자들에게 알려드린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업의 시가총액은 주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해서 산출되는 것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주식 가치의 전체 합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사에서 우선주를 누락하고 보통주만으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14시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252.2조원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 보통주 주식수 59.2억주X보통주 가격 34만9500원=2068.9조원

    - 우선주 주식수 8.2억주X우선주 가격 22만4750원=183.3조원

    - 합계 : 2068.9조원+183.3조원=2252.2조원"

    시총 역전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사실은 '수치의 착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우선주 합산 여부에 관심이 없다. 기술 경쟁력과 시장의 주도권이 누구한테 가고 있느냐에 주목할 뿐이다.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주가 수치의 범위를 조정해 방어하려는 모습은, 위기 상황에서 취해야 할 정공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그렇게 올라도 아직 시총 1위는 우리다" 정도의 '자기 위안'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다음날인 23일엔 공교롭게도 업계발로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가 업계 최초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뉴스들이 쏟아졌다. 연말에는 100억달러(약 15조4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코스피가 급락하며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보통주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시총 1위를 되찾았다. 그렇다보니 어제의 입장문은 해프닝이 돼버렸다.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으로 주가가 더 올라가게 될 경우, 그렇게 돼서 명실상부 시총 1위에 오르게 되면 그땐 삼성전자가 어떤 입장문을 낼지 궁금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장이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것은 우선주 합산 논리가 아니다. 시총 1위 자리를 잠시나마 내준 것에 대한 냉정한 자기 객관화와,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삼성전자가 진짜 경쟁력을 증명하는 방법은 조바심을 버리고,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1위라는 수식어'를 지키는 집착이 아니라, '1위라는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 민감한 시기에 경영진들의 주식 매도 타이밍을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