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도 무색해진 IPO 실무…수시 정정 요구에 주관사 부담 가중
입력 2026.06.24 07:00

사전협의 마쳐도 공모 직전 정정 요구…IPO 일정 '흔들'
기술특례기업 중심 사업 리스크·계획 검증 강화 때문
"투자자 보호 이해하나 예측 어려워" 주관사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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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주관사의 실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와 증권신고서 제출 전후로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더라도, 실제 공모 일정에 들어간 뒤 추가 보완 요구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투자자 보호와 기재 충실성 강화라는 명분은 분명 합리적이지만, 주관사와 발행사 입장에서는 기자간담회와 수요예측, 청약 등 이미 확정된 일정이 수시로 변경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재차 받아 지난 17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도 취소됐다. 회사와 주관사는 향후 정정신고서 제출 시점과 공모 일정 재개 여부를 다시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건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주관사의 문제라기보다 최근 IPO 실무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전 협의를 거쳐 일정까지 잡았는데도 막판에 문구 수정이나 추가 설명 요구가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빅웨이브로보틱스 역시 향후 실적 전망과 투자위험 요소 등에 대한 추가 기재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의 시선은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성을 앞세운 기술기업들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매출 전망과 시장 확장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추정 실적의 근거, 비교기업 선정, 밸류에이션 산식, 사업계획의 현실성 등이 증권신고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피드백이 공모 일정 중간에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세미파이브와 마키나락스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AI 기술기업들도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실적 추정치와 업황,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받으며 상장 일정을 관리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예전보다 미래 실적과 밸류 산정에 대한 검증 강도가 강화됐을 뿐 아니라 문제는 사전협의를 했더라도 보완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느 단계에서 최종 컨펌이 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관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단순히 문구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 당국의 요청에 따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게 되면 발행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기관투자가, 언론 대응 일정 등 사실상 상장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빅웨이브로보틱스의 기자간담회 역시 행사 직전 취소되면서 발행사는 투자 스토리를 설명할 기회가 연기됐고, 기관투자가들은 기존 검토 자료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수요예측과 청약 일정이 밀리면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공모 흥행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IPO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 증권사의 부담은 더 크다. 대형사는 정정 요구가 들어와도 리서치와 커버리지, 컴플라이언스 등 내부 인력을 동원해 대응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한두 건의 딜 일정이 꼬이면 실무진 전체가 매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IPO 시장에서 중복상장 논란으로 대형 딜이 줄어들면서 수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정작 딜을 따낸 이후에는 당국 대응과 일정 관리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기술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출을 함께 고려해 관련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기술특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후 주가 부진과 실적 미달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모 단계에서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특히 성장기업의 경우 공모가 산정에 반영되는 미래 실적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장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인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심사 기준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IPO 실무자는 "기재 충실성을 높이라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사전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사안이 공모 일정 직전에 다시 문제 되는 경우가 있다"며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최종 검토가 끝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