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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등 호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그간 국내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감안하면 양사가 수백조원 투자를 약속하기엔 관련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에선 일단 정책적·상징적 성격의 잠재 투자 청사진이 발표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투자는 5~7년 후에나 집행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제2 클러스터 논의가 한번 정책에 반영되고 나면 반도체 벨트의 방향 자체는 호남으로 고정될 전망이다.
24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에 대해 "기업과 부처, 정부 간 입지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 논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사와 호남권 중심 제 2클러스터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제2 클러스터 논의 자체는 정부 요청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K반도체 육성 전략 보고회를 열고 광주를 첨단 패키징 기지로 육성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계획을 내놓고 지방 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을 두고 관련 절차가 다소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국내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는 부지 조성, 전력·용수 확보와 인허가 절차 등을 거치며 장기간에 걸쳐 추진돼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의 경우 2018년 말 사업이 발표되고 실제 팹(Fab) 착공까지 6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같은 지역 내 국가산단도 2023년 발표 이후 용지 조성과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 건설은 2030년 전후 이뤄질 전망이다. 정책 결정 시점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집행 사이 6~7년 이상 시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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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단순히 민간기업의 투자 결정만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후에도 전력·용수 공급계획 수립과 국가 전력망 반영,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구축 계획, 예산 편성, 지자체 개발계획 변경 등 다수의 후속 절차가 연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 유관 부처와 기관이 비용 분담과 사업 방식에 대한 협의도 마련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한국전력·수자원·토지주택공사 등 기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토지보상이나 주민 협의, 각종 인허가 절차까지 더하면 관련 인프라 공사를 시작하기 전 행정 절차에만 1~3년 안팎이 소요된다.
인프라업계 한 관계자는 "7년 전부터 준비한 용인 클러스터 역시도 갑자기 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화하니까 전력망 확충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라며 "호남권에 제2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면 전력, 용수 공급계획 타당성 조사도 시행해야 할텐데 아직 진행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 순서가 거꾸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계획을 세우고 관련 검토를 마친 뒤 투자가 결정돼야 하는데, 양사가 투자를 약속하면 정부가 따라가는 구조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양사가 호남권 대규모 투자설을 두고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이만한 민간 투자를 유치할 때는 관련 준비를 마치고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등 연방·주 정부 차원 준비부터 마친다"라며 "지금은 양사가 투자를 먼저 발표해달라는 일방적 요구처럼 흘러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양사가 내놓을 투자 계획 역시 향후 10~20년 동안 단계적으로 조성 가능한 잠재 투자 청사진 성격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로드맵이나 연간 CAPEX·중장기 재무 계획을 고려하면 현재 평택과 용인, 청주 지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한 탓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용인, 평택, 청주 Fab 증설에 투입할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용인 클러스터 내에서도 전력망, 용수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부 보도처럼 용인 클러스터에 짓기로 한 Fab 일부를 지금 호남으로 옮긴다고 하면 글로벌 메모리 수급 지형에 쇼크를 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사가 청사진을 내놓고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나면 향후 이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체계상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가 국가 정책에 편입되면 특화단지 지정부터 산단 조성까지 막대한 재정과 행정력이 연쇄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한번 관련 사업들이 레일 위에 오르면 이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도 언젠가 호남권까지 확장해야 하니 방향성 자체는 맞는데, 이를 국가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서 너무 속도전을 치르는 감이 없지 않다"라며 "발표될 투자 계획들이 잠재적, 상징적 성격에 그치더라도 일단 국가 계획에 반영되는 되돌리는 건 불가할 거라 본다. 정부가 필요한 마중물을 대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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