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시대에도 웃지 못하는 토종 행동주의펀드
입력 2026.06.25 07:00

상법 개정에 주주권 강화 명분은 커졌지만
반도체 랠리에 이슈서 밀리며 존재감 약화
연간 수익률 지수 못 따라가는 한계도 거론
내년 주총 시즌도 예상보다 조용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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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가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9000피' 시대가 열렸다. 증시 활황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 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시장 수급과 이슈가 '반도체'로 쏠리며 행동주의 전략의 상대적 매력이 옅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개월여 만에 110% 올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320%, 170% 뛰었다. 대장주들이 상승장을 이끄는 흐름이다.

    증시 랠리는 투자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투자 시장에선 주요 유동성공급자(LP)들이 사모펀드(PEF) 출자에 한층 신중해졌다. PEF업계에선 "프로젝트 펀드 자금 모집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회자된다. LP들 입장에선 상장주식 투자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펀드에 출자할 유인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엔 주요 공제회들의 자금 사정도 자리한다. 공제회 회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자금 인출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면서 대체투자에 배정할 운용 여력 자체가 줄었다는 평가다.

    행동주의펀드들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주요 행동주의펀드들은 연 20~30% 수준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인 투자 환경에선 나쁘지 않은 성과지만 최근 장세에선 눈에 띄기 어렵다. 지수 추종 상품에만 투자해도 그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행동주의펀드들은 아직 국내 공제회나 연기금 출자를 받기 쉽지 않다. 주로 해외 연기금이나 고액자산가, 패밀리오피스 자금을 받아 운용한다. 원래도 운용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데 최근엔 증시가 워낙 좋아 LP들의 관심도가 더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행동주의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두드러지지 않다 보니 행동주의 전략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지금 같은 장에선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행동주의펀드와의 온도차도 있다. 자금력이 있는 해외 행동주의펀드들은 경우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 가능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실제 일본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로 성과를 낸 운용사들이 한국에서도 비슷한 기회를 찾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국내 행동주의펀드들은 대체로 소수 지분을 취득한 뒤 주주제안, 이사회 견제, 배당 확대 요구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핵심인 것이다. 

    다른 행동주의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장에선 전략의 매력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주제안을 적극적으로 하지만 일단 삼전,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수급뿐 아니라 모든 이슈들이 빨려가는 흐름이다 보니 주주권 강화 캠페인이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 여건이 좋아진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7월과 9월, 올해 3월 상법 개정이 잇따르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반영됐다.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제안이나 이사회 진입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지난해부터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은 늘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DB손해보험·가비아 등을 상대로 주주활동을 벌였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삼영전자를 겨냥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과 대원산업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펼쳤다.

    다만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목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든다.

    앞선 행동주의 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여의도 컨센서스"라며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일부 하우스가 캠페인을 이어가겠지만, 반도체로 이슈가 몰리며 크게 주목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정기추종도 심심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