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법 가시화에 뚝 끊긴 M&A 문의…우회로 문의만 '솔솔'
입력 2026.06.26 07:00

공개매수 수반 M&A 문의 급감…'눈치보기' 시작
매수가 조정·컨설팅비 보전 등 우회로 문의도
50%+1주 or 전량매수 의무에 비용 급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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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당정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매도자인 대주주도, PEF 등 매수자도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입법 강도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제도 시행 전 우회로를 타진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펌 등을 중심으로 공개매수를 수반한 M&A 거래 문의가 급감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의견 수렴 등에 나서면서 법제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우회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시동을 걸었다. 통상 인수자는 대주주로부터 먼저 지분을 취득한 뒤 나머지 소수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순서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공개매수 가격도 낮아진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이 방식은 사실상 차단된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선행매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공개매수 공고를 의무화하고, 시행령으로 가격 하한을 정하도록 했다. 선행매수 직후 바로 공개매수에 나서야 하는 구조인 만큼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남은 방법은 대주주의 지분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대주주가 낮은 가격에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표면 취득가는 낮추되 컨설팅비·자문료 등 별도 명목으로 대주주에게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나오고 있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표면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추가 비용의 규모가 커지면 국세청과 감독당국 등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원하는 금액은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데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작년 하반기 자사주 의무소각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교환사채(EB)로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소각을 회피하려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EB 공시의무를 강화하며 제동을 걸었고, 기업 대부분은 EB 발행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우회로를 모색하는 배경엔 새로운 비용 구조가 있다. 기존엔 지배력 확보에 필요한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됐다. 50%+1주 또는 전량 매수 의무가 생기면 인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토종 PEF는 중견기업급 이상 M&A에서 사실상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 사이즈만 돼도 국내에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MBK 정도"라며 "경쟁자가 줄어드는 외국계 자본에 반사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총 인수 비용이 줄어 M&A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의무공개매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6건 이상 계류 중이다. 발의안 대부분은 대주주와 소수주주 지분을 동일 가격에 매수하거나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또다른 M&A 전문 변호사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세법에도, 대법원 판례에도 오랫동안 인정돼 온 개념"이라며 "그걸 소수주주와 나누라는 인식 자체가 낯설고, 제도 도입 초반 3~5년간은 억제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가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소수주주가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시도와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 압박이 계속 충돌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