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맞춤형' 채용, 삼성전자를 뒤흔들었다
입력 2026.06.26 13:26|수정 2026.06.26 13:26

SK하이닉스, Tech R&D 중심 경력 채용
HBM 설계·SoC·파운드리 PI 부문 등
성과급 불만 삼성 비메모리 직원들 '반색'
HBM4 경쟁 구도 변수로 떠오른 인력 이동

  •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 마감한 직후 HBM 설계, SoC(시스템온칩), 파운드리 공정통합(PI)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력직 확보에 나섰다.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누적된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이직 가능성이 제기된다. HBM 주도권 경쟁이 인재 확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경력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총 54개 직무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 중 테크(Tech) 연구개발(R&D)이 31개로 가장 많다. Tech R&D에는 HBM 회로설계, HBM 디지털 디자인(프론트엔드, 백엔드, SoC, 검증), HBM 파운드리 PI 등이 포함됐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채용이 사실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 인력을 겨냥한 공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 디지털 디자인과 파운드리 PI 등 채용 직무 상당수가 비메모리 사업부에서 주로 수행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 이탈 가능성이 거론된다.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이번 채용 공고가 이직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성과급 차이가 몇 배 수준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 비메모리 사업부 구성원을 중심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 한 직원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신입 지원자가 많아 인력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이미 내부 직원들은 적자 사업부 인식과 성과급 격차로 조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며 "SK하이닉스의 경력 채용 공고가 나온 뒤 오랜만에 사무실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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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이번 채용에서는 HBM 파운드리 PI 직무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HBM4부터 성능 경쟁의 무게 중심이 D램 적층 기술에서 로직다이로 이동하는 가운데, 해당 직무가 로직다이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파운드리 공정 역량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HBM 로직다이(베이스다이)는 HBM 최하단에 위치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메모리와 가속기(GPU) 사이에서 오가는 신호를 제어·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공고에 따르면 해당 직무는 HBM 로직다이 개발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설계, 패키징 간 공정 최적화를 담당한다. 우대 사항으로 ▲파운드리 공정 또는 설계(팹리스) 환경 실무 경험자 ▲파운드리 업체에서 기술개발(TD) 또는 PI 경험자 등을 내세웠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 인력 이탈 우려는 단순 인사 문제를 넘어 HBM4 이후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4에서 추격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활용한 로직다이 내재화 전략이 꼽힌다. 시스템LSI의 설계 역량과 파운드리 사업부의 선단 공정을 활용해 원가와 개발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 로직다이를 외부 파운드리인 TSMC 12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고객사의 HBM 요구 성능이 높아질수록 SK하이닉스의 TSMC 선단 공정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와 설계 등 비메모리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HBM 로직다이 개발 역량까지 내재화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HBM4 경쟁력 확보를 위해 키워온 인력과 노하우가 경쟁사로 이전되는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