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산업 쏠림에 밸류거품 우려…국민성장펀드 4조 집행 시험대
입력 2026.06.26 13:32

출자의향 몰리며 펀딩은 속전속결…클로징은 8~9월 전망
12개 산업·밸류체인 포괄한다지만…가격 경쟁 불가피
내년 말까지 조기집행 인센티브…LP들도 빈티지·진입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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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의 펀드레이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향후 투자 집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프로젝트펀드를 포함한 1차 사업을 통해 총 3조9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될 예정인 데다 조기 투자집행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돼 있어 투자 기업의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목적 투자 분야가 전후방 밸류체인을 포괄하고 있더라도 결국 좋은 기업을 선점하기 위한 가격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1차 위탁운용사(GP) 상당수는 최소 결성액을 웃도는 출자의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당수 운용사가 최대 결성 한도인 하드캡까지 펀드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는 것과 달리 선정 이후 한두 달 만에 펀딩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앞서 산업은행과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1차 위탁운용사 11곳을 선정했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국민성장펀드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GP 선정 직후부터 최소 결성액을 웃도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찌감치 오버부킹이 이뤄졌지만 실제 펀드 클로징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의 정관 협의와 LP별 투자심의, 약정 체결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실제 클로징은 오는 8~9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산업 영역의 대규모 자금 공급도 펀드 클로징 시점에 맞춰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여러 자펀드의 투자 시점이 비슷하게 맞물리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차 사업의 목표 조성 규모는 3조9000억원으로, 현재 펀드레이징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제 결성액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시기에 결성되는 펀드들이 성장산업 투자를 확대하면 우량기업을 놓고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개선보다는 밸류에이션만 높아지는 ‘거품형 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LP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성장펀드 매칭 출자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 과정에서 운용사들에 펀드 규모에 맞는 투자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는지, 성장산업의 밸류에이션 상승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는 후문이다. 펀드 규모를 늘리더라도 투자 대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높은 가격을 감수하거나 투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운용사 인센티브가 밸류에이션 거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접펀드 GP로 선정된 운용사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책출자자에게 배분될 초과수익의 일부를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인센티브 요건 가운데 하나가 조기 투자집행이다. 펀드 조성 시점부터 2027년 말까지 최종 결성액의 30%, 35%, 40% 이상을 투자하면 정책출자자에 배분될 초과수익 가운데 각각 1% 이상, 2% 이상, 3%를 운용사에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

    해당 인센티브가 성장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운용사 간 경쟁을 키워 일부 우량기업의 가격만 높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LP 관계자는 “조기 투자 인센티브가 첨단산업 등에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실제 딜 파이프라인이 따라오지 못할 경우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여러 운용사가 비슷한 기간 안에 투자 실적을 쌓으려 하면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경쟁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주목적 투자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인공지능(AI)·로봇·방산 등 12개 산업뿐 아니라 관련 장비와 부품, 설비, 인프라 등 전후방 밸류체인까지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소형·M&A·AI·반도체·코스닥 등 투자 규모와 전략에 따라 리그도 나뉘어 있는 만큼 GP들이 같은 기업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민성장펀드 간접펀드가 단계적으로 조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장산업으로의 유동성이 서서히 공급되는 구조인 만큼 단기간에 밸류에이션 거품이 끼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간접투자 분야에 선정된 GP 관계자는 “성장산업 분야에는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적지 않고 투자 규모에 따라 리그도 나뉘어 있어 투자 대상이 전부 겹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 조건을 알고 제안해 자금을 받은 만큼 적정한 밸류에이션에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운용사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정 GP 관계자는 “현재 밸류에이션 거품이 꼈다고 볼 만한 곳은 반도체 정도이고, 모빌리티나 AI, 바이오 쪽은 여전히 투자하기 괜찮은 환경으로 보인다”며 “국민성장펀드가 매년 조성되고 관련 산업에 점진적으로 유동성이 공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가 불러올 밸류에이션 거품 가능성을 두고 의견은 엇갈리지만 회수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유동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PEF 사이에서는 올해 매각을 추진하기보다 다수 자펀드가 실탄을 확보하는 내년으로 매각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장산업 관련 포트폴리오의 경우 내년 투자가 이뤄지면 더 높은 가치에 투자금회수(엑시트)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민성장펀드 자펀드들이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시기에 매각하기보다 실제 펀드가 설립된 이후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에 관련 산업에 투자 집행이 이뤄지면 전반적인 밸류에이션도 상승할 테고, 그 시점에 회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