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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이하 AIDC)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면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통기업인 신세계가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수조원대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투자은행(IB)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신세계프라퍼티와 경영전략실을 중심으로 AIDC 추진 체계를 재정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는 가운데 전상진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이 전략·재무를 지원하고, 신세계프라퍼티가 개발과 실행을 맡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태스크포스(TF)의 우선 과제는 사업 부지와 전력(수전) 확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직 변화는 최근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정 회장은 지난달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내정되며 AI 사업을 직접 책임지는 형태를 택했다. 여기에 개발 현장을 오래 맡아온 이형천 전 개발본부장을 각자대표로 다시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대표 교체가 아니라 AIDC 중심으로 그룹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임영록 전 경영전략실장 퇴임 이후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이 전략 기능을 맡고, 신세계프라퍼티는 개발 역량을 전면에 세우는 방식이다. 개발본부장을 지냈던 이형천 대표를 다시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앞서 신세계는 올해 3월 미국 리플렉션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연내 합작법인(JV)을 설립해 25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사업비가 1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은 정 회장의 최근 미국 행보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AIDC 사업은 결국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를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미국 빅테크 및 정책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정 회장은 1789캐피탈, 록브리지 네트워크 등을 통해 미국 투자사와 교류를 확대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네트워크가 실제 테넌트 확보와 장기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IB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AIDC 사업의 성패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장기간 서버를 채워줄 것이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DC는 GPU와 전력, 냉각설비 등 초기 투자 규모가 훨씬 크고 투자금 회수 기간도 길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AWS) 등 대형 고객과 장기 계약을 확보해야 금융기관과 재무적투자자(FI)도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한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LG처럼 전력이나 IT 인프라와 기존 사업이 연결되는 기업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신세계는 기존 유통 사업과 AI 인프라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라며 "MS나 AWS가 10년, 20년짜리 AI 수요를 유통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맡길 수 있겠느냐가 시장의 가장 큰 질문"이라고 말했다.
투자 회수 구조도 일반 상업용 부동산보다 복잡하다. 데이터센터는 운영 과정에서 임차인의 시스템과 설비가 건물에 깊게 결합돼 있어 자산을 매각하거나 운영 주체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하이퍼스케일러가 들어온 데이터센터는 지배권 변경(Change of Control) 조항이 계약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총액 인수 후 셀다운을 하려고 해도 주요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일반 오피스처럼 유동적으로 거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세계가 기존 투자 부담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해 화성 스타베이시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등 대형 복합개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지만 수조원 규모의 신규 AIDC까지 병행하기에는 투자 부담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회사인 이마트 역시 재무 여력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2조6500여억원, 조정순차입금은 11조6200억원이다. 여기에 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약 8275억원을 인수해야 하고, 최근에는 신세계건설 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이후 원가 상승과 미분양 여파로 영업적자가 이어졌고, 최근 이마트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본 수혈을 받았다. 향후 AIDC 건설이 현실화할 경우 그룹 내 신규 시공 물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사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이를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시장이 지켜보는 것은 AI가 아니라 첫 사례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를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도 현실이 된다. AIDC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통기업이 직접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지금 시장이 궁금한 것은 AI를 하느냐가 아니라 결국 누가 서버를 채워줄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