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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 '특별위원회'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특별위원회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후 그룹 내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의사 결정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면 이사회 판단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강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정부 당국의 승인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이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별위원회는 미국에서 먼저 도입된 개념이다. 2011년 미국 투자사 맥앤드류스앤포브스(MacAndrews & Forbes)의 M&F Worldwide(MFW) 상장폐지 거래가 대표적이다. 투자사는 지분 43.4%를 갖고 있던 MFW를 완전자회사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이해상충 거래에 대해선 이사가 공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맥앤드류스앤포브스는 이 거래 초기부터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승인, 소수주주 과반 동의를 조건으로 걸었다. 델라웨어 대법원은 특별위원회의 승인 및 이해관계 없는 소수주주들의 다수결 승인이 있는 경우 절차적 공정성이 갖춰진 것으로 본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5년엔 특별위원회나 소수주주 다수결 승인 중 하나를 거치면 이사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제한되도록 현지 회사법이 개정됐다.
국내에선 올해부터 특별위원회 제도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이사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2월 정부가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기업 조직개편 시 이해관계가 없는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이사회의 의사 결정을 자문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에서 특별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회사 간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을 통한 폐쇄기업화(상장폐지) 거래가 대표적이다. 특별위원회가 합병가액이나 공개매수 조건의 적정성을 검토함으로써 이해상충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법무법인에는 기업들로부터 특별위원회 관련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주주충실의무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다 구체화했고, 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최근에야 본격화한 사안이기 때문에 특별위원회의 역할이나 구성, 이사회내 권한, 의사 결정 등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문의가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주주충실의무는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구체성이 생겼다"며 "회사는 물론 주주들로부터도 특별위원회 설치와 관련된 문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후 의사를 결정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이사회가 검토해 결정하면 됐지만 이제는 특별위원회를 먼저 거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특별위원회 설치는 법상 의무가 아니지만 기업과 이사회 입장에선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지난 1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신세계푸드를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2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주식교환 조건을 검토했다. 그러나 일반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고 금융감독원의 정정 명령도 이어졌다. 회사는 5월 특별위원회를 다시 설치해 의견을 받았고, 주식매수 가격을 위원회의 권고치보다도 높여서 결정했다.
지난 2월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을 밝혔다. 그에 앞서 구성된 현대홈쇼핑 특별위원회는 회사 주주의 주주가치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주주환원 이행을 전제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2월말 신고서 정정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3월 정정신고서가 제출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월 두 차례 특별위원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동양생명을 완전자회사화하는 안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은 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주식교환 목적과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설명을 보다 구체적으로 담으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사례들에서 보듯 특별위원회가 기업 내 구조 개편을 단순히 검토했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위원회의 심사 권한이나 판단 근거까지 밝히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정성을 높여 이사회의 책임을 경감한다는 장점보다, 거래의 걸림돌이 늘어났다는 부담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독당국이 기업 내 거래에 제동을 걸 수단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그룹 내 거래는 이사회를 통해서 편하게 진행했었는데 특별위원회가 본격화한 이후에는 비계열사와의 거래보다도 어려워졌다"며 "법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위원회를 거치지 않으면 거래 진행이 어렵다 보니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