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에너지로…대형 건설사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입력 2026.06.29 07:00

AI 전력수요·중동 재건 기대감 확산
주택사업 부담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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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건설사의 미래 성장축이 주택에서 에너지 인프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적은 여전히 주택이 떠받치고 있지만, 신규 수주와 투자 무게중심은 에너지 EPC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외 환경이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에너지 시설 복구와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동 전역 9개국에 걸친 주요 에너지 자산 40곳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뤼스타드에너지는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이 최대 580억달러(약 8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가용인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수주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한투자증권은 "카타르, UAE, 사우디 등 비제재국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구작업에 즉각 즉각 착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늘어나는 사업기회 속 반복성, 확장성, 수익성(가격협상력)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가용인력 생산능력(CAPA)이 여유있는  건설사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전 설비 확충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6월 18일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를 선정했다. 경북 영덕군에 대형 원전 2기, 부산 기장군에 국내 최초의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새만금에서는 태양광·그린수소·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한 대규모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발전 플랜트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DL이앤씨는 5500억원 규모의 동제주 복합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제주에 150MW급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하며,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서부발전 컨소시엄과 5300억원 규모의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발전용량은 870MW 규모며, 준공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건설사의 매출 구성도 에너지 인프라 확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매출은 수주보다 후행하는 지표인 만큼 신규 수주가 곧바로 매출 비중 변화로 나타나지 않지만, 일부 건설사에서는 에너지 관련 사업의 존재감이 이미 커졌다. 현대건설의 에너지 관련 매출 비중은 2023년 말 22%에서 2025년 말 3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DL이앤씨는 20%에서 33%로, GS건설은 4%에서 11%로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압력이 높아진 건설업계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대형 건설사 매출은 여전히 주택·건축 비중이 높지만, 주택사업은 분양 경기와 금리, PF 시장 상황에 민감하다. 2023년 이후 늘어난 차입 부담과 PF 우발채무, 미분양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달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이자비용과 차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원전과 가스복합발전, 송변전, ESS 등 에너지 인프라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주요 그룹들도 이를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판단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