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DR·SK하이닉스 액면분할…시장의 요구 목소리 점점 늘어난다
입력 2026.06.30 07:00

美 닮아가는 韓시장…낮아진 ADR 심리적 장벽
삼성전자 역시 주주 접근성 개선 압박 커질 듯
마이크론까지 삼성전자 시총 위협…3사가 비등
SK하이닉스 역시 접근성 개선 요구 커질 전망

  • "삼성전자도 과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검토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구조본(구조조정본부) 시절이었다 보니, 현지에 상장해서 주가 오르는 것보다 공시 규제나 소송 문제로 직면할 리스크가 곱절이라 접었었다. 지금은 상법 개정을 포함해 점점 시장 환경이 미국처럼 바뀌고 있다. 주주 요청 때문에라도 삼성전자 역시 결국 ADR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 본다" (금융권 한 관계자) 

    삼성전자의 ADR 추진이나 SK하이닉스의 액면분할 가능성이 날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사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 얘기지만 실질은 한국 증시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에 가까워지면서 생기는 자본배분 압력의 증가로 풀이된다.

    이미 연초부터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비롯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ADR 추진을 둘러싼 관심이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ADR 추진을 검토하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관심은 ▲메모리 반도체의 사상 최장, 최대 규모 초호황(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어떻게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고 재평가를 이끌어내느냐로 좁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삼성그룹의 비교적 복잡한 지배구조와 미국 현지 상장에 따를 공시 투명성 강화, 주주대표소송 등 압박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ADR 추진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미등록 ADR이 미국 장외시장(OTC)에서 거래되고 있고, 일정 수준 현지 거래 인프라에 편입돼 규제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적, 법적 걸림돌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Form 20-F 제출이나 내부통제 체계 정비 등 현지에서 요구하는 공시 의무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관련 작업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긴 하다"라며 "그러나 대체로 상장 준비, 유지 과정에 필요한 비용상 문제일 뿐, 삼성전자 수준의 회사가 이 정도 부담을 지지 못할 건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본시장 환경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기도 하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자사주 소각 의무화·집중투표제 강화 등 잇따른 상법 개정으로 국내 상장사가 부담해야 하는 주주권 보호·지배구조 규율 수준이 점차 미국식 기준에 근접하고 있어서다. 국내에 머물러 있더라도 주주환원 요구나 경영 감시를 피하기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가 삼성전자의 ADR 추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외국계 한 기관투자가는 "현 시점 반도체 산업을 커버하는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시각은 '어차피 올 연말부터 양사 모두 주주환원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한다'는 방향"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인 자본수익률을 감안하면 단순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늘리라는 요구 외에 SK하이닉스처럼 ADR을 통해 투자자 접근성을 제고하라는 목소리 역시 거세질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조달이 불필요한' 풍부한 자본력 자체가 삼성전자 ADR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이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순현금 100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전 ADR을 추진하면서 신주를 발행했지만,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장내 매입해 ADR에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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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보통주 시총을 넘보는 상황 역시 ADR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 15.74% 상승하며 종가 기준 1조3686억달러(원화 약 2116조원)의 시총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종가 기준 최대 시총은 약 2119조원으로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외국계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이번 분기부터 삼성전자가 성과급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예상 실적이 시장 추정을 소폭 밑돌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연간 실적 전망은 지금도 오르고 있다"라며 "엔비디아 다음으로 많이 버는 회사의 주식이 순수 메모리 공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2, 3등과 똑같은 것도 비논리적이다. 삼성전자 차원에서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부상하는 SK하이닉스의 액면분할 요구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단순히 거래 편의성 개선 문제를 넘어 주주 접근성이나 자본배분을 둘러싼 시장 압력이 커지는 장면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양사는 같은 시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지만,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매수세가 더 크게 몰리고 있다. ADR을 앞두고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더 높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지만, 1주에 200만원을 훌쩍 넘긴 주가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싼 주가가 직접 투자를 제한하고 간접투자 수요만 키우면서 변동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나스닥에 상장하는 SK하이닉스 ADR도 보통주 1주를 10주로 쪼개는 구조다. 어차피 투자자풀 확대 목적이니 거래 접근성도 높인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액면분할 자체는 기술적 조치에 불과하지만, 결국 국내 투자자들이 진입 장벽을 낮춰달라 요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