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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1000조원(업계 관측 최대 20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생태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특히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카드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분과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인 '집적의 효율성'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치열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획을 한국이 반도체 패권 유지를 위해 던진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하면서도 "제조 시설의 분산은 규모의 경제를 저해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공급망 효율성 저하를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대만 TSMC가 신주 사이언스 파크를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극도로 집약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인프라의 응집력이야말로 초격차를 유지하는 핵심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이번 분산 전략이 TSMC의 사례와 정면 배치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정책적 드라이브 속에 시장은 물론 핵심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표정은 복잡해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가 기업의 자발적 경영 판단일지, 정부의 정책 기조와 타협한 불가피한 전략일지 말이다.
이번 투자 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이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이사회가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가 향후 거버넌스 리스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 실제 내부적으로도 인력 수급과 물류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기업이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더라도,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이주를 꺼리는 환경이라면 그 비효율은 고스란히 기업의 경영 리스크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초격차를 향한 거대한 실험을 목격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투자'라는 이름 하에 이뤄진 것들 중에 탈 없이 진행된 건들이 많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들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는 현장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정부의 치밀한 인프라 실행력에 달려 있다. 효율성 대신 확장성을 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지원 로드맵을 확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담보하려는 자구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인프라 집행력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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