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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였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 내 국내 D램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아우르는 전국 단위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정부 마중물에 화답해야 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 수위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가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Fab) 투자를 공식화한 것과 대비된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청사진의 핵심은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클러스터 조성으로 요약된다.
일단 수도권 반도체 생산거점 구축은 속도전이 공식적으로 예고됐다. 정부는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일반산단은 기존 계획인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완공 시점을 최대 12년 앞당기고, 삼성전자의 용인 국가산단은 최대 7년가량 조성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역시 건설을 앞당겨 수도권 메모리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전력·용수·도로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해 기업들의 투자 일정 단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서남권 제2 반도체 벨트 구축 계획도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의 한계를 들어 광주·전남권을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총 800조원을 투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팹(Fab) 2기씩, 총 4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부는 서남권 제2 반도체 벨트에 대해서도 전력과 용수 공급은 물론 인허가 절차까지 전폭 지원해 생산능력을 신속히 확대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정책 차원에서 거론돼온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이어 이 회장과 최 회장이 각각 발표 기회를 가졌지만, 두 기업인의 반응은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그룹의 반도체 투자 계획에 대해 "여러 지역 중 전력, 용수, 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기흥·화성·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까지 당초보다 크게 앞당겨진 만큼 추가 생산거점 확보 필요성이 커졌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확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에 대해선 "HBM 팹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라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투자에 대해서는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경북 구미에 집중할 계획이라 말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총 1100조원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비교적 구체적인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용인 D램 클러스터와 청주 낸드 증설을 앞당기고 서남권 제2 반도체 벨트 구축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을 공개하면서 정부 구상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세부 발언을 뜯어보면 투자 확약보다는 시장 상황을 전제로 한 조건부 성격이 강했다. 최 회장은 "물론 시장 수요를 면밀히 관측하면서 투자를 집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오늘까지 보이는 수요가 탄탄하고 향후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투자 집행의 전제 조건으로 글로벌 메모리 수급 상황을 거듭 언급하기도 했다.
양사의 중장기 설비투자(CAPEX) 계획이 글로벌 메모리 수급과 가격, 나아가 AI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큰 만큼 두 총수 모두 투자 확약성 발언을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어,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섣불리 확정할 경우 양사 기업가치나 주주이익, 글로벌 수급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정부가 제시한 중장기 비전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실제 투자 시점과 속도,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과 업황, 재무 여건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