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자구안도 못 막은 중앙그룹 회생…CJ도 고사한 SLL 매각 성사될까
입력 2026.06.30 14:51

4개사 회생 개시…중앙일보·JTBC 등 핵심 자산 매각 가능성 부상
JTBC는 ARS 승인…회생 개시 여부 한 달간 보류,최장 3달 가능
사옥 매각·SLL 매각 담은 1조원 자구안도 신용등급 하향 못 막아
CJ는 SLL 인수 검토 후 고사…콘텐츠 투자 심리 위축이 변수 될까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법원이 디폴트를 선언하고 회생을 신청한 중앙그룹 4개 계열사에 대한 회생 개시를 승인하고, JTBC는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JTBC는 한 달간 회생절차 개시가 보류된 상태에서 채권단과 자율 구조조정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시장의 관심은 중앙그룹이 내놓을 추가 자구안과 경영 정상화 방안에 쏠리고 있다. 핵심 자산 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그룹은 회생 신청 이전부터 사옥 유동화와 SLL 매각 등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신용등급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보유한 유동성만으로는 채무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SLL을 비롯해 중앙일보, JTBC 등 주요 계열사 자산의 매각 여부가 회생절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은 중앙그룹의 소속 계열사 중앙홀딩스와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4곳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이날 JTBC의 자율구조조정(ARS)을 승인하고, 이후 ARS 협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다음 달 30일까지 보류했다. ARS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미루는 동안 기업과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는 제도로, 협상 기간에도 기업은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법원은 향후 JTBC의 재산과 계속기업가치 등을 조사하는 한편, 채권단과의 협의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보류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면 JTBC는 회생 신청을 취하하고 ARS 방안을 추진하게 되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ARS는 통상 1개월 단위로 최장 3개월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제도로, 주로 채무 규모가 수십억원 수준인 소규모 기업이 활용한다. 정식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절차가 복잡해지는 만큼, 법원이 일정 기간 자율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다. 

    다만 티몬 사례에서 보듯 채권자가 많은 대규모 기업은 짧은 기간 내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ARS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JTBC의 경우도 사실상 한 달간의 '희망고문' 기간이 연장된 수준이라는 평이다. 

    한 회생법 전문가는 "JTBC도 사실상 바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신청이 들어온 만큼 재판부가 형식적으로 한 달 정도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율 해결책은 사실상 M&A뿐인데, JTBC 같은 기업이 한 달 안에 M&A를 성사시키기는 어려워 결국 정식 회생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후 본격적인 M&A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도 ARS 단계에서는 부실채권 감면이 이뤄지지 않아 부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인수 매력이 크지 않다"며 "회생절차가 개시돼 채무 조정이 이뤄져야 본격적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미 M&A 시장에서는 회생심리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간 중앙그룹의 주요 자산 매각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매물 검토에 착수했으며, 자문사들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잠재 원매자 발굴 작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회생절차 심리에서 중앙그룹은 법원에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계약 협상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제시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투자업계에서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앙일보 외에는 현금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홀딩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4억이었고, 중앙피앤아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84억원의 현금이 유출돼 잔여현금이 13억여원에 그쳤다. JTBC와 메가박스중앙도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이 각각 65억원, 430억원 적자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결국 SLL중앙, 중앙일보, JTBC 등 핵심 계열사 및 자산 매각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차입금 규모에 비해 그룹 내 활용 가능한 현금이 제한적이라 채권단 변제를 위해서는 결국 핵심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앙그룹 계열사 합산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앙그룹 입장에서도 핵심 계열사 매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트리중앙의 채권자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등이 SLL과 중앙일보 지분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해당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그룹은 회생절차 신청 이전부터 주요 자산 매각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 내부에서는 올해 초부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이어지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고, 6월 정기 신용평가에서 실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중앙그룹은 JTBC 등을 중심으로 한 그룹 정상화 자구안을 마련했으며, 여기에는 주요 자산 매각 계획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사옥 유동화와 SLL중앙 매각이 담겼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옥 유동화를 통해 약 5500억원을 확보하고, SLL중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천억원대 기업가치를 반영해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1조원 초반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 실제 중앙그룹은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과 JTBC 빌딩, 경기 일산 스튜디오 등 3개 자산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해 유동화를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현금 확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거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이뤄져 매각 대금을 확보하는 대신 장기간 임차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JTBC 빌딩에는 이미 상당 규모의 담보 차입이 설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사옥 유동화를 통해 매각 대금을 확보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기존 담보 차입금 상환에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사실상 이번 월드컵 중계권 확보는 마지막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그룹 측은 월드컵 흥행에 따른 광고 매출 확대 등을 통해 현금 창출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제이알리츠 사태도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A- 기업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크레딧 시장 전반의 경계감이 커졌고, 신용평가사들 역시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건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지체없는 등급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한 4개사의 경우 자산 매각은 법원 주도로 진행된다. 회생 개시 후에는 회사 재산의 관리와 처분권이 기존 경영진이 아닌 법원이 감독하는 관리인에게 넘어간다. 

    중앙일보와 JTBC는 일반 기업과 달리 언론사라는 특수성을 지닌 만큼 통상적인 M&A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언론업계 내 위상과 브랜드 경쟁력을 고려해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 역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언론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언론사의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정부와 규제당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최종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언론사 M&A는 결국 자본보다 정부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영향력이 큰 중앙그룹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M&A 시장에서는 SLL 매각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SLL은 다수의 흥행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 역량도 갖춘 중앙그룹의 대표적인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한때 PEF 등 투자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KT 등 대기업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콘텐츠에 추가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등급 이슈가 불거지기 전 중앙그룹은 SLL 매각을 물밑에서 추진하며 CJ그룹 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CJ ENM과의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 제안이었다. CJ 측도 지주 차원에서 인수 여부를 검토했지만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동종 업종 간 결합에 따른 조직·사업 통합 부담이 예상보다 크다고 판단한 데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도 거래 무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SLL은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조원 이상을 기대받기도 했다. 당시 CJ ENM 산하 스튜디오드래곤의 사례를 벤치마크 삼아 미래 계획을 제시하는 분위기였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업체들은 자체 사정이 녹록지 않아 추가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며 "다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 등 중동 자금을 유치했던 사례가 있듯, 해외 투자자를 비롯해 콘텐츠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매각이 진행되면 밸류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