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평택 총력전' 언급한 삼전닉스 진짜 메시지 "메모리 공급 2배 늘린다"
입력 2026.06.30 15:10

정부 "메모리 생산능력 5년내 2배 확대" 목표
빅테크 메모리 가격 불만 확산…中 대안 거론
호남 800조 이전에 기존 산단부터 가속화 必
김성환 "필요한 전력, 용수 적기 공급하겠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6월29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청사진의 핵심은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클러스터 조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광주·전남을 필두로 서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800조원을 쏟아붓는다는 정책적 목표가 관심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면서 정작 중요한 메시지가 가려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정부가 기존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일반산단은 기존 계획인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완공 시점을 최대 12년 앞당기고, 삼성전자의 용인 국가산단은 최대 7년가량 조성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글로벌 메모리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 가용자원을 최대한 투입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5년 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양사가 약속한 서남권 투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기존 투자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실행에 나서기 어렵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3대 메가 프로젝트 구상에서 지금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사실 5년 내 메모리 공급능력을 2배로 키운다는 대목"이라며 "나머지 AI 데이터센터 구상이나 피지컬 AI를 포함해 서남권 투자는 장기 계획, 방향성을 설정한 거고 당장 진행 중인 반도체 증설 속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들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번 발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현재 D램과 낸드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마이크론 등 공급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 창신메모리(CXMT) 제품 채택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고객사들의 대안 모색 움직임도 감지된다. 벌써 9개월 이상 메모리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좀처럼 공급은 늘어나지 않으니 해외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글이 100년 만기채를 발행하고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최전방 AI 업체들이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 등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현금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 역시 필수 인프라로 부상한 메모리 가격 폭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지난 수개월 반도체 업계 내에서는 메모리 공급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메모리 채용량 축소, 설계 변경, 중국산 메모리 개방 등 고객사 이탈 위험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오르내렸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 기기경험(DX) 부문까지 세트 업체들의 이익이 꺾일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예고된 메모리 고객사들의 지불능력 문제가 대두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초과이익을 거두겠지만, 상황이 2~3년 지속되면 테크업계에서 대안을 찾아낼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 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양사는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대폭 끌어올려 글로벌 수급을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직접적인 투자 계획을 언급한 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두 기업인이지만, 속도전에 필요한 제반 인프라는 정부가 책임지고 마련하겠다고 담보한 것이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제반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느냐를 두고 우려도 있다. 전일 정부 발표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수도권 용인 지역 15GW와 150만톤 용수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뒤집어 보면 9년 전 시작된 1기 클러스터조차 전력·용수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Fab 증설에 투입할 건설인력도 부족한데, 자소발전용 LNG 발전소를 짓는 것까지 민원이 쇄도하면서 증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침 내년부터 양사에서 막대한 초과세수가 유입될 전망인 만큼 정부 실행역량이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내외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총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할 정부의 법인세 수익만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해 국가예산의 10%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보니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범부처·산하 공공기관 재원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