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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둘러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선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한편, 담합 조사는 전방위로 확대되며 기업들의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예년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규모 거래뿐 아니라 전반적인 심사 일정이 밀리며 심사가 수개월간 표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단 설명이다. 공정위 최대 법정 심사기간은 120일이다. 다만 공정위가 자료 보완 요청을 할 경우 해당 기간은 심사 기간에서 제외된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형 M&A뿐 아닌 다수의 거래에서 보완 요청이 반복되면서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자료 보완 요청만 10번 넘게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공정위 내부 사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오행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카르텔조사국장으로 이동한 뒤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올해 3월 정기 인사 과정에서 기업결합 심사라인의 사무관 상당수가 교체됐다. 새롭게 심사 업무를 맡은 인원이 적지 않은 것이다. 또 지난 1월 공정위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한 점이 시장 파장이 컸던 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 업무를 새로 맡은 사무관들이 늘면서 시장지배력 판단을 위한 기본적인 사업 구조 설명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PEF 관계자는 "매도자 입장에선 거래 종결이 늦어질수록 투자금 회수와 주요 출자자(LP) 배분 시점도 밀릴 수밖에 없다"며 "운용사 입장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수익률(IRR)이 낮아지는 구조라 심사 지연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기업결합 심사는 딜 클로징의 필수 절차다.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심사가 늦어져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시장에선 최근 분위기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표적인 건이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안이다.
정부는 올해 2월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내용이다. 석유화학 구조재편 1호 사례다.
해당 합병 건은 지난 2월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선 자료 보완 요청만 16차례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안조차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정부 추진안 조차 이렇게 밀리는 게 맞느냐"는 볼멘소리도 제기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늦어지는 반면, 기존 사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는 전방위로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아직 입찰 절차를 밟고 있는 배달의 민족 매각 전엔 공정위 제재가 변수가 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배민의 최혜대우(MFN) 요구, 자사 배달서비스(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 광고 등 3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시장에선 세 사건이 모두 제재로 이어질 경우 과징금 규모가 최대 5000억원 안팎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과징금 대상이 된 '배민배달'이 배달의민족의 핵심 캐시카우라는 점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 자체도 부담이지만, 배민배달은 배달의민족 사업에서 수익성을 떠받치는 큰 축"이라며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사업모델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매자들은 아직 의지를 가지고 실사를 이어 가고 있지만, 거래가 한층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네이버의 관심도는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단 이야기도 거론된다.
담합 조사도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정유, 설탕, 밀가루, 인쇄용지 등 민생 물가와 맞닿은 산업을 중심으로 조사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검찰이 최근 정유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자, 공정위 역시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단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전면에 부각되는 상황에서 공정위로서도 민생·물가 관련 담합 사건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대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담합 사건은 초기 대응이 향후 과징금 규모와 형사 리스크를 좌우하기도 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공정위 기조는 로펌만 호황을 누리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