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격·성장 둔화에…빅4 회계법인, 올해 채용 700명대로 줄어드나
입력 2026.07.01 07:00

지난해보다 빅4 채용 보수화 강해져
올해 신입 채용 700명대 감소 전망
'재수생'까지…더 좁아진 신입 문턱

  • 올해 신입 회계사들의 '빅4' 진입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회계법인들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AI 확산으로 미래 인력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이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신입 채용 규모가 700명대로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제61회 공인회계사(CPA) 2차 시험이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치러진다. 합격자 발표는 오는 9월 4일로 예정돼 있다. 1차 시험은 지난 3월 2일 실시됐다. 통상 회계법인들은 2차 시험 후 채용설명회와 면접을 진행한 뒤 9월 최종합격자 발표 이후 채용 절차를 마무리한다. 최종 합격한 신입 회계사들은 2027년 초부터 수습기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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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도 신입 회계사들의 '빅4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업계는 낮아진 퇴사율과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신규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대형 회계법인들은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적이 성장 둔화세가 이어진데다, 글로벌 회계업계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채용 시즌을 앞두고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가 700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채용 인원은 약 800명 수준으로 마무리됐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는 채용 규모가 700명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성장 둔화와 AI 확산에 따른 미래 인력 투자의 불확실성이 채용 축소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1·2위권인 삼일PwC와 삼정KPMG의 성장률이 10%를 밑돌면서 회계법인 시장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계법인별 결산기가 달라 삼정KPMG(3월 결산)는 가장 먼저 연간 실적을 확정했으며, 딜로이트안진은 5월 말, 삼일PwC와 EY한영은 6월 말이 결산기다. 업계에서는 일부 법인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일PwC,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등 대형 회계법인들의 신임 파트너 승진 인사도 큰 변화 없이 마무리됐다. 승진 규모와 인사 내용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눈에 띄는 발탁 인사는 없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회계업계를 휩쓸고 있는 AI 확산도 채용 트렌드를 바꾸는 변수다. 회계법인들이 단순 회계 역량보다 AI 활용 능력과 데이터 분석 역량, 컨설팅 경험 등 '확장형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일PwC는 디지털 전형을 신설했고, 삼정KPMG는 컨설팅 신입 채용을 확대하며 IT·데이터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도 SQL·Python 등 데이터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 AI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채용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4 회계법인 간 신입 회계사 확보 경쟁이 치열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채용 규모가 줄고 선발 기준이 높아지면서 구직자들은 빅4 입사를 위해 AI·데이터 관련 자격증과 실무 역량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년도 합격자 가운데 우선 중견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쌓은 뒤 빅4에 재도전하는 이른바 '재수생'도 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신규 합격자들의 취업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중견 회계법인들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신입을 채용해도 1~2년 안에 빅4로 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빅4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회계업계 전반의 채용 문이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시스템이 고도화될 경우 관련 인력 수요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들은 미래 수요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입 채용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구성원들의 퇴사율도 낮아지면서 신규 채용의 여유도 더욱 적어졌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존 인력의 퇴사율이 낮아 빈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신입을 받을 자리가 많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채용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인데, 업계 전반적으로 대부분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