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코프로비엠이 발표한 1조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두고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중장기적인 투자 명분은 뚜렷하지만, 즉각적인 주주가치 희석과 전기차 업황 회복 지연, 투자 회수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주가는 발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을 위해 대주주의 초과청약 준비는 물론, 주관사에 성과보수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30일 에코프로비엠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990만주를 신규 발행해 총 1조2000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10.1%에 달하는 규모다. 예정 발행가액은 기준주가 대비 20% 할인율을 적용한 12만1200원으로 책정됐다.
공시 발표 직후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주가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에서 20% 가까이 급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다. 금일 오전 10시 반 기준 주가 역시 13만4100원으로 전날 종가 대비 5.89%(8400원) 떨어진 상태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10월 12일에 확정되는데, 현재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발행가액이 당초 예정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5일이다.
-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단기적인 주주가치 희석과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차전지 섹터 전반의 투자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10%가 넘는 지분가치 희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6년 예상 실적 대비 368배, 2028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도 57배에 달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구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에코프로그룹 입장에서도 선제적 투자의 당위성은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조달 자금 중 가장 큰 비중인 9150억원(76.3%)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배정했다. 이 중 7650억원은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에 투입되고, 1500억원은 헝가리 법인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니켈 수급권을 확보해 '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속된 자본적지출(CAPEX)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다시 개화할 때를 대비해 선제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업황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증자를 계기로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이 에코프로에서 에코프로비엠으로 이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iM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과거 인도네시아 IMIP 지역의 1단계 제련소 투자는 에코프로가 담당했지만, 이번 2단계 투자에서는 상당 부분의 재무 부담을 에코프로비엠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BNSI 제련소의 상업 가동이 내년 2분기로 예정된 만큼 실제 실적 개선 효과가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번 유상증자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부터 증자를 염두에 두고 자금 조달과 일정 등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과 SKC 등 다른 대규모 유상증자 일정과는 겹치지 않았지만, 최근 이차전지 업종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시점에 증자를 발표하게 되면서 흥행 부담은 예상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대주주인 에코프로도 초과청약에 대비한 자금을 미리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약 8000억원 규모의 PRS를 체결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려하면 에코프로비엠 초과청약 참여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이번 증자의 흥행을 위해 주관사단에 이례적으로 '성과보수'까지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수수료는 총 발행금액의 35bp(bp=0.01%)이며,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5bp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포함하면 주관사단이 받는 총 수수료는 약 48억원 수준이다. 통상 유상증자에서 성과보수를 별도로 지급하는 사례는 드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흥행 부담과 난이도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한다.
이미지 크게보기